[2004 증시] 주요 상품과 투자 요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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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해외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각종 해외 펀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는 최근 등락이 심해 높은 수익률만큼 적지 않은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반면 주로 미국이나 유럽 증시에 투자하는 해외펀드는 상대적으로 기복이 덜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에는 아시아·동유럽·중남미 등 신흥시장(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펀드도 많아졌다. 올 들어 신흥시장의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해외 펀드 어떤 게 있나=국내 은행이나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은 뒤 슈로더.피델리티.메릴린치.프랭클린 템플턴 등 해외 자산운용사에 위탁해 주식이나 채권의 운용 결과에 따라 고객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국내 투신사들이 만든 수익증권을 사는 것과 똑같지만 운용 대상 자산이 해외 주식이나 채권이라는 점이 다르다.

대개 최소 가입금액이 5백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정해져 있고, 대부분의 은행.증권사가 취급하고 있다. 채권형.혼합형(주식편입 비율 40% 미만).주식형(주식편입 비율 60% 이상)으로 나뉘는 것도 국내 수익증권과 같다.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주식형,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면 채권형이 좋다. 국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한 뒤 추가로 해외 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만큼 채권형 펀드가 많이 팔리는 편이다.

채권형은 미국이나 유럽의 국채나 IBM.마이크로소프트 등 우량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자산유동화증권(ABS).전환사채(CB) 등에 주로 투자한다. 신흥시장의 국공채나 회사채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라면 선진국 투자보다 투자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주식형도 미국이나 유럽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보다 신흥시장 펀드의 수익률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주가 등락이 많은 만큼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신흥시장 펀드는 동유럽.중남미보다는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가 상대적으로 인기가 더 많다. 국내 투자자들이 보다 많은 정보를 가질 수 있는데다 올해 신흥시장 중에서도 아시아권의 주가 상승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일본 증시가 크게 상승하면서 일본투자 펀드도 늘고 있다. 대한투자증권은 일본 증시의 대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피델리티 일본주식펀드'를 지난달부터 자사 추천상품에 추가시켜 마케팅에 나섰으며, 제일투자증권도 비슷한 펀드를 판매 중이다.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도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핫머니와 혼동돼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사용돼 왔지만 원래 헤지펀드란 다양한 금융기법을 활용해 주식시장의 부침에 관계없이 일정 수익을 얻으려는 게 목적이다.

삼성투신운용은 아시아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에 다시 투자하는 펀드를 설립키로 하고 투자자를 모집 중이다. 자금을 모아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일종의 '펀드 오브 펀드(Fund of Fund)'인 셈이다. 삼성투신은 이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삼성 앱솔루트 리턴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만 아시아 증시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한 펀드는 이번이 처음이다.

◇투자 요령=해외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수익률을 조사하다 보면 3개월 수익률이 10%가 넘는 펀드가 수두룩하다. 그러나 이는 '3개월' 수익률일 뿐 1년 내내 이 같은 수익률이 꾸준히 나온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슈로더투신운용 이상철 부장은 "채권 가격이나 운용 대상 자산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연간 수익률을 단순히 3개월 수익률의 네배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자주 급변하는 환율도 투자자 입장에선 부담이다. 원화를 달러 등 외화로 바꿔 펀드에 가입한 뒤 다시 돌려받을 때는 외화를 원화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급변동할 경우 환율에 따른 손실이 펀드 수익률보다 더 클 수도 있다. 따라서 가입 시점에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헤징)할 수 있도록 한 선도환계약(Forward Contract)을 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모든 펀드가 이 같은 선도환 계약을 하는 것은 아니다. 5백만~1천만원을 맡기는 고객을 위해 별도의 선도환 계약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상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들이 대규모 자금을 모집할 경우에는 선도환 계약이 이뤄진다. 따라서 판매사들이 특정 기간을 정해 판촉 행위를 할 때 가입하면 선도환 계약을 통해 위험을 줄이는 것은 물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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