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증시] 수수료 인하 경쟁…꼼꼼히 따져보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23면

주식거래를 하다 보면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증권사에 지불하는 거래 수수료다.

단 10주를 매매한다고 해도 주문수수료.체결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꼬박꼬박 지불해야 한다. 0.5%가 넘지 않는 수수료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거래가 잦아질수록 내야 하는 수수료도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투자자가 객장의 직원을 통해 주문을 내는 오프라인 매매는 수수료율이 0.4~0.5%로 대부분의 증권사가 비슷하지만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이용한 온라인 매매의 경우에는 증권사마다 수수료율의 차이가 크다. 주식 거래대금이 많은 투자자라면 증권사마다 부과하는 수수료를 꼼꼼히 따진 뒤 투자에 나서는 것이 돈을 절약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불 뿜는 수수료 인하 경쟁=동원증권이 온라인 정액 수수료제를 실시하면서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동원증권은 지난 10월부터 주문 한 건당 7천원의 수수료를 받는 '와이즈 클럽' 제도를 도입했다. 예를 들어 1억원어치의 주문을 낼 경우 와이즈 클럽 고객은 거래금액에 상관없이 HTS 이용료 5백원과 체결수수료 6천5백원만 지불하면 된다. 거래금액이 많을수록 수수료가 커지는 정률제를 적용할 경우 이보다 두배 이상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동원증권의 설명이다.

우리증권은 2004년 6월까지 우리증권과 제휴한 전국 15개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한 온라인 고객을 대상으로 '누드 수수료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건당 거래금액이 6백만원 이상이면 5천3백46원의 정액수수료를 받고 6백만원 미만일 때는 0.0891%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전에는 거래금액의 0.1%를 수수료로 받았다. 또 월 수수료 합계액이 5만원을 초과할 경우 거래 횟수와 금액에 관계없이 초과분은 면제해 주기로 했다.

동양종금증권은 1천만원 미만의 소액 온라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주식거래 수수료율을 내렸다. 그동안은 거래대금이 1천만원 이하일 경우 수수료율이 0.2%였으나 구간을 나눠 거래대금이 5백만원 미만일 경우에는 '0.14%+1천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5백만~1천만원일 경우에는 0.14%의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메리츠증권도 선물.옵션 증거금을 종전의 3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최소증거금 1만~5만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종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새로운 HTS를 출시하면서 수수료 인하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세종증권은 내년 1월까지 국민.조흥.우리.한미은행을 통해 계좌를 개설하는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한달간 주식거래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한투증권도 신규 고객에게 올해 말까지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굿모닝신한증권도 내년 1월 30일까지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주식 매매 수수료의 50%를 마일리지로 적립해 주고 있다.

◇서비스 내용 신중히 살펴야=수수료 할인 경쟁에 최초로 불을 지른 것은 다름아닌 온라인 증권사들이다. 2000년 키움닷컴증권 등 온라인 증권사들은 수수료율을 대형 증권사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며 증권업계에 수수료 인하 '태풍'을 일으킨 바 있다.

이들은 지금도 업계 최저수준의 수수료율을 유지하고 있다. 키움닷컴증권은 HTS를 이용할 경우 0.02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온라인 증권사 중 후발주자격인 이트레이드.겟모어 증권은 이보다 낮은 0.024%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1천만원의 원금으로 하루에 한번씩 주식매매를 하는 고객이 온라인 증권사에서 거래를 한다면 1년 뒤에는 수수료 차액만으로 하와이여행(최대 3백70만원 절약)이 가능하다고 온라인 증권사들은 강조한다. 미래에셋증권(0.029%)과 세종증권(50만원 이상 0.025~0.05%)도 수수료율 면에서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증권 전문가들은 수수료만으로 증권사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수료가 싸더라도 거래 속도가 느리거나 종목 추천.투자 상담.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가 다른 증권사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거래 증권사를 선택하는 데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