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기한연장설」 해프닝(증시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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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득보다 실많다” 반대부딪쳐 현행대로
○…무기력한 연말장의 와중에서 24일 느닷없는 「신용융자기한연장설」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 방안은 검토단계에 그쳤으며,대신 최근 침체증시에 최대의 악재인 신용매물을 모두 증시안정기금과 증권사상품계정으로 흡수토록 하는 것으로 대체됐다.
○…24일 나돈 신용융자기한 연장설은 현재 5개월로 돼있는 융자기한을 기존매입분에 한해 한차례만 8개월로 3개월 더 늘려 준다는 이야기. 오전장초반부터 소문이 퍼져 초반주가가 전날보다 13포인트나 오르는 급등세로 출발했다.
이와 관련,박종석 증권감독원장과 감독원관계자,강성진 회장을 비롯한 증권업협회회장단이 이날 오전 9시쯤 긴급회동,1시간30여분동안 논쟁을 벌였다.
일부 찬반의견이 엇갈렸으나 ▲신용매물압박을 3개월 지연시키는 것은 근본적인 치유책이 아닌 일시적인 미봉책이 될 수 밖에 없으며 ▲정책의 일관성을 잃게되며 ▲이미 만기에 쫓겨 처분한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상대적인 피해를 주게돼 문제가 야기될 수 있고 ▲주가가 계속 하락할 경우 담보가 부족한 이른바 「깡통계좌」가 더 늘어남으로써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서 현행대로 5개월을 유지키로 결정했다.
○…이날 이 풍문의 진원지에 대해 재무부관계자는 『증권감독원의 요청이 있어서 반대하지는 않겠다고 했다』고 밝힌 반면,증권감독원측은 『주가가 폭락한 23일 저녁 재무부 고위관계자로부터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아 검토했으나 문제가 많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서로 떠넘기는 해프닝을 빚었다.
○…신용융자기한연장 검토설이 퍼지자 대부분의 증권사는 반대입장을 표명. 그동안 투자자들을 설득해 신용매물이 2천억원정도 처분·소화됨으로써 장을 압박하는 부담을 덜고 있는데,연기할 경우 자칫 내년상반기까지 이 문제를 안고가 오히려 장에 더욱 큰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의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박종석 증권감독원장은 『신용융자기한연장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추진하지 않고,대신 내년 1월말까지 신용만기도래물량을 증시안정기금과 증권사의 상품계정으로 매입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주가는 신용매물이 몰려있는 모든 은행·증권주가 상한가를 기록하는등 상승세를 주도,지수가 23일보다 24포인트나 오르는 폭등세를 나타내 6백10선을 넘어섰다. 이를두고 증권가에서는 개방을 목전에 둔 증권당국이 폐장주가를 너무 의식해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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