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쿠오모 불출마」의 교훈/문창극 워싱턴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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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성과 언변등을 겸비,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주목을 받고 있던 마리오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출마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몇달전 대통령출마여부에 대한 거듭되는 질문에 『뉴욕주의 예산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조건을 단 적이 있다.
민주당소속주지사가 편성한 예산과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는 주상원간의 예산차가 50억달러에 이르러 주지사로서 이에 대한 타협을 찾아내지 못할 경우 대통령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뉴햄프셔주의 첫예비선거 후보등록일 마지막 몇시간을 남겨놓고도 그는 주상원의원의 공화당측과 예산안 타결에 매달렸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이때문에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도 대통령후보로 나설 생각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출마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선거캠페인 참모진을 짰고 등록 마지막날인 지난 20일 최후의 순간 예산안이 타결될 경우 뉴햄프셔로 후보등록을 하러 가기위해 기자단용까지 포함하여 전세기 2대를 대기시켰다.
우리나라 정객들의 정략에만 익숙했던 기자는 쿠오모가 거취표명을 계속 늦추는 것을 하나의 전술로 이해했다.
마음속으로는 출마결심을 굳혔으면서도 계속 냄새만 풍겨 주목을 끌게한 후 최후의 순간 폭탄선언을 하겠지라는 도식만을 머리에 그렸다.
그렇게 이해했던 기자로서 그의 불출마선언은 하나의 충격이었다.
그는 『몇달동안 주예산문제를 해결키위해 전력을 쏟았으며 해결이 될 줄 알았다』면서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뉴욕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지사로서의 우선적인 책임』이라며 출마를 포기한 것이다.
그의 아들이자 정치참모역할을 했던 앤드루는 아버지의 불출마 결심을 애석해 하면서 『개인의 야심보다 의무를 앞세운 아버지를 존경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일부에서는 그의 모호했던 태도에 대해 결단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비평도 없지 않으나 뉴욕타임스등 거의 모든 언론들이 그의 약속이행 정신과 성실성등을 높이 평가했다.
대통령후보병에 걸려있는 우리나라의 많은 정객들에게 교훈이 될 처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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