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운동권/총선 표밭갈이 뜨겁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4대국회 얼마나 진출할까 높은 관심/“4·19세대 이미 변절”물갈이 외쳐/80년대 「집시법」출신들도 세결집/이념·사상에 큰 차이…소속정당도 달라
60년대의 4·19,6·3세대의 학생운동 주역들이 80년대에 대거 정치권으로 진입해 이미 중견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70년대 이래의 재야·학생운동권 세력이 90년대에 들어 선배운동권의 대체세력으로 급부상,관심을 끌고있다.
이른바 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사건의 주역들과 75년 긴급조치 9호세대 및 심지어 80년대의 반미·통일세대들까지 정치권 전면에 진입해 14대총선의 표밭을 갈고있다.
이들과 음양으로 행동을 같이했던 재야세력도 민주당 또는 민중당에 들어가거나 세력화해서 현실정치에 도전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민청학련 세대들은 4·19,6·3세대들을 「대부분 변절자」라고 몰아붙이며 『앞으로 우리세대들이 정치권의 주역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어 학생운동권 신·구 세대간의 대결상도 흥미를 돋우고 있다.
○…현재 정계중진으로 몸담고 있는 4·19 세대는 이기택 민주당 공동대표를 비롯,민자당의 이세기·조남조 전의원,이태섭(구속중)·안병규 의원 등과 민주당의 박실·이수인 의원 등 줄잡아 60명선.
4·19 세대와는 달리 「민족주의 비교연구회(민비연)」라는 학술모임을 통해 이념적 토양을 제공받고 64년 한일굴욕 외교반대 투쟁을 전개한 6·3세대의 핵심인물로는 민자당의 김덕룡·장경우 의원·박범진씨 등과 민주당의 정대철·김덕규·이협 의원,김학준 청와대 대변인 등이 정·관계에 포진하고 있다.
○…4·19와 6·3세대들이 학생운동의 성격차이 또는 그 이후의 경력과 연령의 영향 등으로 여야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는 것 과는 달리 70,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이 대부분 야권에 몸담고 있어 대조적.
이런 현상은 학생운동권이 처했던 시대상황과 그 격렬성,이념과 사상의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층 이념적 성격이 강했던 80년대 전후의 학생운동권이 진보정당인 민중당에 주로 들어간데 반해 70년대 세대들의 다수가 민주당을 선호하는 것도 그런 분석을 방증한다.
여기에 「정계의 신세대」를 자임하는 민청학련·긴급조치 9호세대들이 도전하며 「물갈이」를 외치고 있다.
이들을 통틀어 긴급조치 세대라고 일컬으나 74년 긴급조치 4호로 터진 민청학련사건 연루자를 「민청학련세대」로,75년 긴급조치 9호가 발효된 이후의 학생운동 세력을 「긴급조치 9호세대」로 구분한다.
민청학련 세대로 현정치권에 있는 인물로는 1,2심을 거쳐 무기를 선고받은 민주당의 이철 의원,유인태 당무위원,징역 15년의 이강철 구민주당 정무위원 등이며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았거나 수배됐던 이해찬 의원,이호웅 당무위원,김학민씨(전신민당 위원장),여익구씨(구민주당위원장) 등과 민중당의 장기표 정책위원장 및 정문화 전대변인(징역 20년),정개협의 이신범씨 등이다.
민청학련사건의 배후세력으로 검거됐던 이현배·제연병씨 등은 지난 88년 선거때 한겨레당을 조직,본격적인 정치권 진입을 시도했으나 좌절을 겪었다. 민주당은 현재 빈민운동을 해서 막사이사이 봉사상까지 받은 제씨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인태씨는 민주당 조직강화 특위위원의 노른자역을 맡아 조직책 신청없이 도봉분구를 노리고 있다.
이밖의 인사들중 정문화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번에 총선 출마를 공식선언 함으로써 『민청학련세대야말로 정계세대 교체의 주역』임을 강조.
긴급조치 9호세대로는 설훈·배기선·박우섭·김부겸·박계동·신계륜·황인하씨(이상 민주당) 정태운·김철수씨(민중당) 이영우씨(김영삼 민자당 대표비서)등.
이들은 이번 통합야당 민주당으로 대거 집결,당부대변인(박우섭·김인겸) 등의 실무직을 차지하고 「민청학련세대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의 뒤를 이어 80년대 학생운동권 「집시법세대」인 김대중 민주당 공동대표 비서실의 제성민(재야담당)·김한정(연설문작성)비서와 경기 과천에 최연소 민주당 조직책 신청서를 낸 김민석씨,김영삼 민자당 대표실의 이성헌 비서(언론담당) 등이 신정치 3세대의 선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세대의 다수는 민중당에서 장래를 내다보며 사회 변혁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때문에 오는 14대 총선거에서 이들이 얼마만큼 국회에 진출할지가 관심이다.<정선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