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은 능력이다
수원전을 하루 앞둔 20일 오후 구리 챔피언스파크. 귀네슈 감독의 시선이 쉴 새 없이 선수들을 따라다닌다. 코칭 스태프와 이야기를 할 때도 한쪽 눈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그는 수원전에 내보낼 선수를 정하는 중이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선수들에게 "선발 유니폼은 감독이 주는 게 아니라 너희가 뺏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훈련에 다소 불성실하게 임했던 히칼도는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18세의 기성용에게 뺏겼다. 주장 이을용은 "불성실하고 감독의 지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출전은 어림없다"며 "누구든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벼운 달리기에도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훈련은 실전이다
부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골키퍼들이 성의 없이 슛을 막는 모습이 귀네슈 감독 눈에 띄었다. 골키퍼 출신인 귀네슈 감독은 골키퍼들을 부른 뒤 "연습 때라도 골을 먹으면 가슴 아파해야 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귀네슈 감독은 훈련을 시작할 때 "지금부터 경기를 하겠다"고 말한다. 연습 때 골을 못 넣는 공격수는 실전에서도 못 넣고, 훈련에서 하는 실수는 실전에서도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연구해야 이긴다
귀네슈 감독은 구단이 얻어준 구리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지낸다. 가족(아내, 딸 둘)은 터키에 남겨 두고 왔다. 터키어와 독일어밖에 할 줄 모르는 귀네슈 감독 옆에 24시간 붙어다니는 통역 시난 오즈투르크는 "귀네슈 감독은 잠을 안 잔다"고 했다. 다른 팀 경기 비디오를 한번 잡으면 새벽 3~4시를 넘기기 일쑤다. 수차례 반복해 보면서 분석한 뒤 '족집게식 해법'을 내놓는다. 18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서울 1-0승)이 끝난 뒤 이을용은 "제주가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귀네슈 감독이 말한 그대로 하더라"라면서 "감독의 정확한 분석 덕분에 팀이 잘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빨라야 재미있다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 당시 쓸데없이 드리블을 하는 선수, 패스를 받아 일단 멈춘 뒤 다시 돌리는 선수에게는 어김없이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는 패스 게임의 신봉자다. 선수들에게 쉴 새 없이 움직일 것을 주문한다. 귀네슈 감독은 심박 측정 테스트 후 헐떡거리던 이민성에게 다가가 "괜찮으냐"고 물었다. "말을 하지 못할 만큼 힘들다"고 대답하자 "축구는 말로 하는 게 아니니까 괜찮다"고 했다. 서울은 올 시즌 경기의 흐름이 매우 빨라졌다. 팬들이 "프리미어리그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축구는 빨라야 재미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장혜수 기자
.귀네슈 FC 서울 감독은 …
-1952년 터키 트라브존 출생
-75~84년 트라브존 선수(골키퍼)
-88~98년 트라브존, 볼루, 안탈랴, 이스탄불, 사카르야 감독(리그 우승 6회, 컵대회 우승 5회)
-2000~2004년 터키 대표팀 감독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00) 8강
-2002년 한.일 월드컵 3위,
유럽축구연맹 올해의 감독
-2004~2005년 트라브존 감독
-2007년 FC서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