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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로브 청문회 서나… 연방검사 무더기 해고 개입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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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칼 로브(56.사진) 미국 백악관 정치고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측근이다. 부시 대통령이 치른 두 번의 대선을 성공으로 이끈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에겐 '부시의 두뇌''설계자'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반면 민주당은 그를 '공적 1호(public enemy No.1)'로 꼽는다.

민주당은 21일 로브를 의회 청문회 증언대에 세우기 위한 압박조치를 취했다. 법무부의 연방검사 무더기 해임 사건(본지 3월 14일자 17면)에 그가 얼마나 관여했는지 알아야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원 법사위는 표결을 통해 로브와 해리엇 마이어스 전 법률보좌관 등에 대한 소환권을 민주당 소속인 존 코니어스 법사위원장에게 부여했다.

이는 전날 부시 대통령이 제의한 타협책을 거부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공개하지 않고, 기록하지 않는 증언이라면 로브 등을 의회에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책임 있는 증언이 이뤄져야 한다"며 소환권 발동의 준비조치를 취했다.

민주당이 로브를 증언대에 세우려는 것은 검사 해임 사건의 진상 규명이 시급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TV가 생중계할 청문회에 로브를 출석시켜 그에 대한 경질 여론을 고조시킨다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로브가 물러날 경우 부시 대통령은 큰 타격을 받는 반면 민주당의 정국 주도권은 강화된다. 이는 2008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유리한 정치환경이 조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백악관이 "의회가 소환권을 발동하면 법정에서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한 까닭도 이런 점을 우려해서다. 백악관은 "의회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백악관 참모들을 소환하는 건 3권분립에 어긋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 가운데 법정까지 가지 않고 정치적 타협을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코니어스 위원장도 "협상의 여지가 있다"며 소환권 발동을 미룰 생각임을 밝혔다. AP통신은 "로브가 의원들 앞에서 비공개 증언을 하되, 그걸 속기록엔 남기는 방안 등이 타협책으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로브는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 누설 사건인 '리크 게이트'와 관련, 그가 플레임의 신분을 언론에 흘린 사실이 드러났으나 특별검사 수사에 협력해 기소를 면했다. 로브는 또 공화당 거물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 스캔들에도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별 탈 없이 지나갔다. 그런 로브가 이번에도 화(禍)를 모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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