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총리는 최근 들어 부쩍 3불정책과 관련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달 초 한 영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불정책이) 장기적으로는 언젠가 풀리게 될 것이지만…"이라며 말미를 뒀다. "나는 본고사 반대론자가 아니라 학교 교육 정상화론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요 사립대가 2008학년도에 수능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고, 서울대 장호완 교수가 21일 3불정책을 암초에 비유한 이후 태도가 바뀌었다.
김 부총리는 21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하기 전부터 "일부 사립대가 무슨 생각으로 그러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대학들이 정권 말기에 들어서면서 교육부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있는 것이다.
그는 이날 교육부 홈페이지 등에 띄운 국민에게 보내는 서한문에서 일부 대학을 지목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이 지난해 국민과 약속했던 것(내신 50% 이상 반영)을 어겼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사립대 문제에 관해 과거보다 훨씬 강경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9월 입각 직전만 해도 대학 자율화 옹호론자였다. "초.중등 교육은 시.도교육청에 맡기고, 대학은 민.관이 참여하는 고등교육위원회에 넘겨 교육부의 기능을 덜어야 한다"는 게 소신이었다.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시절엔 3불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반대한 적은 없지만 대학 자율화에 대해서는 다른 학자들보다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그 결과 2월엔 실.국장들에게 "대학에 자율권을 줬다고 하나 대학들은 규제가 심하다고 아우성이지 않느냐. 실상을 조사해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입각 후 소신이나 입장이 달라지는 것은 김 부총리만의 일이 아니다.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김진표 전 부총리가 "특목고 가면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코드 맞추기'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강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