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시평

세계적 종합연구대학을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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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그들은 종합연구대학이라고 할 때 '연구(리서치)'란 연구만이 아니라 교육.연구.지도자 양성 모두를 독창적.창의적으로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종합'이란 학문 간 융합은 물론 교육.연구.지도자 양성 등을 종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런 대학이 바로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이라고 했다.

워드 총장은 소수 대학만이 종합연구대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스콘신주의 귀중한 경험도 덧붙여 설명해 줬다. 과거 10개가 넘는 주립대학이 있을 때 정치인들이 앞장서 예산을 균등 분배했더니 하향 평준화로 일류 교수들이 모두 떠나는 등 교육 위기를 맞은 것이다. 그 해결책으로 한 개 대학(메디슨 캠퍼스)만 종합연구대학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학문 분야별로 전문화했다. 그리고 전문화한 대학을 종합연구대학 중심으로 연계해 하나의 대학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그는 2020년께 세계적으로 일류 종합연구대학이 40여 개로 전망되는데, 한국이 그중 3개를 갖춘다면 다행일 것이라고 했다.

태릉선수촌이 양궁.쇼트트랙 등 세계 일등 스포츠 선수의 육성장이라면 종합연구대학은 한국이 필요로 하는 세계 일등의 각계각층 지도자.전략가.기업경영인.전문가.학자들을 양성하는 곳이다. 한국은 과거 이런 인재를 체계적으로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했다. 에드워드 메이슨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이 일본 식민통치, 국토 분단, 한국전쟁 등의 참화를 계속 겪게 된 것은 모두 이런 인재 부족, 특히 지도층의 무능 때문이라고 했다.

세계 일류 기업과 종합연구대학이 다 같이 잘나가는 나라는 미국이다. 일본은 전자는 많으나 후자가 부족해 거품경제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된 것은 하버드.MIT 같은 종합연구대학들이 세계 최고의 인재를 끊임없이 양성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양자 모두의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양자는 또한 근접 입지해야 시너지 효과가 크게 된다. 스탠퍼드대 주위의 실리콘 밸리, 베이징 칭화대 주위의 중관촌이 그 예다.

한국의 3대 조선회사는 세계 3대 조선회사다. 이 때문에 5대양을 누비는 많은 배는 한국산이다. 한국의 3대 종합연구대학이 세계 3대 종합연구대학이 된다면 유엔 사무총장, 국제상공회의소 회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같은 세계적 인재들이 6대주를 누비게 될 것이다. 한국의 비전.전략.정책은 물론 교육.주택 등의 문제 해결도 세계 최고 수준이 된다.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은 이런 대학을 만들 능력도 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맞이해 우리 기업들이 미국 기업처럼 세계 일류 종합연구대학으로부터 최고 수준의 인재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면 글로벌 경쟁에서 지는 수밖에 없다. 세계적 인재 한 사람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리는 지식기반시대, 그리고 인재가 가장 중요한 자원인 한국의 최우선 과제는 첫째, 최고 수준의(최소한 3개) 종합연구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둘째, 대학들을 종합연구대학 중심으로 연계해 몇 개의 대학 시스템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셋째, 국가 대표 종합연구대학을 국가 대표 기업과 같이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 대표 지역과도 연계시킨다. 국가의 귀중한 돈은 국민의 평안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 쓰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종합연구대학을 통해 존경받고 유능한 각계각층의 지도자와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