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브랜드 '세계 경영' 다른 기업들도 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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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2일 오후 6시 서울 힐튼호텔에서는 전.현직 대우그룹 임원 2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매년 있는 모임이지만 이날은 사뭇 숙연했다. 대우 창립 40주년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김우중씨가 1967년 3월 22일 자본금 500만원으로 섬유 수출업체인 대우실업을 세운 게 꼭 40년 전이다.

장병주 전 ㈜대우 사장은 "맨손으로 시작한 대우의 도전과 세계 경영 개척 정신을 잊지 말고 대우인이라는 긍지를 되살리자"고 말했다. 기념식에는 창립 멤버인 이우복씨를 비롯해 이석희 전 대우재팬 회장, 서형석 전 ㈜대우 회장, 윤영석 전 대우그룹 총괄 회장, 추호석 파라다이스 사장(전 대우중공업 사장), 이동호 대우차판매 사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형 집행 정지 상태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행사에 나오지 않았다. 대신 장병주 전 사장이 그의 인사말을 대독했다.

김우중씨는 인사말에서 "옛 정을 잊지 않고 대우 40년을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한 대우인회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자리를 함께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처지여서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했다. 이어 "대우라는 이름으로 함께 한 영광과 보람의 시간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대우의 영광을 지속하지 못하고 불명예를 안겨드린 데 대해 대우 가족들께 사죄한다"고 밝혔다. 인사말은 40주년 행사를 주관한 장 전 사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우중씨는 분식회계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뒤 지난해 11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징역 8년 6월에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200억원의 형이 확정됐다. 12월 심장병으로 형 집행 정지 결정을 받아 연세대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가료 중이다.

이날 모임에서는 93년 대우그룹에서 처음 시작해 동유럽.중동.러시아 진출을 가속화한 '세계 경영'전략이 화제에 올랐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앞다퉈 글로벌 경영에 나서는 가운데 '세계 경영'이라는 단어를 모든 기업들이 쓸 수 있게 허용하자는 논의도 오갔다.

백기승 전 대우그룹 홍보담당 이사는"세계 경영은 대우 브랜드와 동일시돼 요즘 다른 기업이나 기관에서 이 말을 쓰고 싶지만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세계 경영'을 누구나 쓰게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그는 전했다.

한편 ㈜대우의 후신인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날 오후 서울 남대문 대우빌딩 6층 구내 식당에서 직원들이 모인 가운데 우수직원 표창 등 조촐한 행사를 했다.

김태진·문병주 기자

◆대우인회= 92년 대우그룹 임원 상조회가 발전한 모임. 99년 대우그룹 부도 이후 대우맨들의 치열한 도전 정신을 간직하자는 취지에서 결성됐다. 회원은 대우 임원 출신으로 현재 회장은 정주호 전 대우자동차 사장이다. 사무실은 서울 남대문로 대우재단빌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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