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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의 집' 왜 문 닫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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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18일 가족들과 함께 충북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 ‘운보의 집’을 찾은 김진규(50ㆍ대전시 서구 탄방동)씨는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한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운보의 집’안으로 들어가 보니 미술관ㆍ공방 등 대부분의 시설이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국화의 거장인 운보의 혼과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명소를 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운보의 집은 김기창 화백(2001년 사망)이 1984년 어머니 고향인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 2만5000여평에 조성해 작품활동을 하며 말년을 보낸 곳이다.

당시만해도 하루평균 2000여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였다. 그러나 ‘운보의 집’은 10개월 째 파행 운영되고 있어 관광객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왜 문을 닫았나=김기창 화백이 사망한 뒤 운보의 집을 관리해오던 운보문화재단의 모체인 파이낸셜이 파산되자 경영난으로 2005년 11월 주차장과 운보 공방, 갤러리, 안채 앞 잔디밭 등 6000여평을 경매를 통해 소유권이 넘어갔다.

일부 시설과 부지를 낙찰 받은 한 모씨는 지난해 5월부터 소유권을 내세워 철조망을 치고 관람객의 출입을 통제했다.

이로인해 관광객들은 관람료를 내고도 미술관과 안채, 운보 산소 등 운보문화재단 소유의 일부 시설들만 관람하게 되면서부터 관람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게다가 운보문화재단마저 1월 안채와 미술관 등에 대한 보수 공사에 나서면서 운보의 집은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다.

때문에 현재 운보의 집은 평일 60~100명, 주말 150~200명선으로 관람객이 크게 줄어 예전의 명성이 퇴색된 상태다.

◆지역 예술인들 정상화 촉구=충북지역 예술계 대표들로 구성된 '운보의 집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최근“한국 미술계의 대표적 명소인 운보의 집이 운영권자들간 다툼으로 폐허가 되다시피했다”며 “정상화 될 수 있도록 관련기관이 적극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이날 “운보의 집은 소유권자의 사유재산을 뛰어 넘는 공공의 문화시설”이라며 파행 운영의 원인을 제공한 운보문화재단 등을 비난했다.

대책위는 “문화관광부 등 지도ㆍ감독 권한이 있는 기관들은 운보문화재단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재단 운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관선 이사를 파견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한씨 소유의 시설들을 매입해 두쪽 난 운보의 집을 정상화시켜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운보문화재단측은 “안채 용마루 대들보에 금이 가고 미술관 수장고에 물이 스며들어 작품 훼손의 우려가 있어 보수공사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백철부 운보문화재단 이사장은 ”독지가로부터 미술작품과 현금 300억원을 유치해 운보의 집을 내년 말까지 국내 최대 예술단지로 꾸밀 것“이라며 ”재단의 사업 추진 과정을 지켜본 뒤 평가해달라“고 주문했다.

청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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