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여성도 북한이 납치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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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북한에 마지막으로 남은 미군 월북자 제임스 드레스녹(66.(右))의 둘째 부인이 1978년 말 이탈리아에서 북한에 납치된 루마니아의 조각가이자 화가였던 도이나 붐베아(작고.(左))라고 미국 워싱턴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루마니아 일간지의 보도를 인용해 20일 밝혔다.

RFA에 따르면 루마니아에 있는 붐베아의 가족은 영국의 대니얼 고든 감독이 제작해 지난해 말 상영한 다큐멘터리 '휴전선을 넘어(Crossing the Line)'에 드레스녹의 아들 게이브리엘이 나온 것을 보고 그가 붐베아를 많이 닮아 놀랐다고 한다. 붐베아의 동생인 가브리엘은 루마니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드레스녹의 아들이 누나뿐 아니라 나의 딸과도 닮았다"며 "루마니아에서 가브리엘이라고 부르는 이름이 영어로는 게이브리엘이어서 그의 이름은 나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많이 사랑하던 누나가 자신의 아들에게 나와 같은 이름을 지어준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고든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다 62년 8월 북한으로 넘어간 드레스녹의 삶을 소개한 것이다. RFA는 "붐베아가 78년 10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한 이탈리아 남성이 일본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는 말을 남긴 뒤 실종됐다"고 전했다.

드레스녹이 북한에서 결혼한 부인이 납북당한 루마니아 여성이라는 사실은 주한미군 탈영병 출신으로 역시 월북했다가 아내와 함께 일본에 정착한 로버트 젠킨스의 증언과 자서전을 통해 2005년 처음 알려졌다. 루마니아 외교부는 젠킨스가 말한 루마니아인의 신원과 납북 경위를 알려 달라고 북한 당국에 요구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얻지 못했다고 RFA는 보도했다.

RFA는 50년생인 붐베아가 97년 암으로 사망했으며 드레스녹은 그 뒤 북한 여성과 아프리카 토고인 사이에 태어난 셋째 부인을 맞아 평양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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