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승진 탈락 땐 퇴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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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21일 오후 대학 입시의 자율권 확보와 교수 연봉제 도입을 골자로 한 장기 발전계획 방안을 발표했다. 대학 본관 유리창에 라틴어로 쓴 ‘진리는 나의 빛(Veritas lux mea)’이란 학교 휘장이 선명하다. 김상선 기자

서울대 장기발전위원회가 2025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에 진입하기 위한 '장기발전계획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21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교수 승진 '3진아웃제' 도입 ▶정년 보장 심사 강화 ▶자율적 학생선발제도 확보 ▶영어 및 제2 외국어 필수 교육 ▶외국인 학생.교수의 대폭 증원 등 교수 자질 향상, 인재 육성, 국제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3진아웃제와 관련, 장기발전위 장호완 위원장은 "교수평가제 강화로 승진 심사를 엄격하게 할 것이며, 세 차례의 승진 심사에서 탈락한 교수는 퇴출돼야 한다"며 '교수 철밥통 깨기'를 강조했다. <본지 3월 14일자 1면>

◆ "승진 보장 관행 깬다"=서울대 교수들은 그동안 형식적인 내부 평가에 따라 때가 되면 무난히 승진하고 정년을 보장받았다. 지금까지는 서울대 교수 2명과 비서울대 교수 1명 등 세 명이 승진심사를 해왔다. 그러나 장기발전위는 교수 승진 심사 때 '해외 유명 대학의 동일 전공 교수'들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도록 제안했다. 또 업적 평가에 따라 보수체계를 차등화하고 현행 호봉제인 급여 방식을 연봉제로 바꾸도록 했다.

장 위원장은 "현재 교수 호봉제를 고수하고 있는 곳은 한국과 일본 뿐인데 일본의 도쿄대.교토대에도 호봉제 탈피 움직임이 있다. 서울대가 이 이상 국제 미아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가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려면 그런 대학들이 갖고 있는 국제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철칙"이라며 "교수평가제도와 보수체계가 그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장기발전위는 교수 경쟁력을 높이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수진의 외부 수혈 방안도 제시했다. 국제적 헤드헌팅을 통해 노벨상 수상자 등 세계 석학들을 초빙해 국제화를 가속해야 한다고 진단도 내놨다. 2025년까지 외국 학생 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외국 교수의 수를 900명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국내외 우수 학자를 영입해 해외 공동연구를 지원하고 '박사 후 연구원(Post Doctor)'을 배정하는 '석학교수제' 등 인센티브를 도입하도록 했다.

인재 양성을 위해선 학생들이 인문.자연계열의 소양을 겸비할 수 있도록 하고, 우수 학생에 대해 자유전공제.자기맞춤식 전공제를 도입해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기발전위는 이 밖에 ▶2025년까지 세계 주요 대학과 도시에 서울대 분교.분소 20여 개 개설 ▶1.2학년생이 영어로 교육받는 영어캠퍼스와 외국인 학생.교원 생활 지원을 위한 국제교육원 개설 ▶학위논문에 대한 국제 심사위원제 도입하는 방안 등도 내놓았다.

◆ 장기발전, 어떻게 나왔나=장기 발전위는 김신복 부총장과 안경환 법학부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지난해 9월 발족했다. 위원장을 포함해 71명의 교수가 장기 비전팀.학사기획팀.법인화팀.연구국제화팀.캠퍼스정보화기획팀 등 5개 분과로 나눠 6개월간 발전방안을 연구해 왔다. 위원회는 28일 최종 보고서를 이 총장에게 제출한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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