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 가 웃었다 … 주총 표대결서 사모펀드에 완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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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사 선임을 놓고 대결을 벌인 샘표식품과 우리투자증권 사모투자펀드(PEF) '마르스1호'의 2차전 승부는 샘표식품의 KO승으로 끝났다.

앞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놓고 벌였던 1차전은 마르스 측이 판정승을 거뒀다.

양측은 서로 1승씩을 주고 받은 셈이다. 샘표식품은 21일 경기도 이천 공장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의 재선임을 포함한 사내외 이사 3명을 선임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마르스 측이 추천한 사내외 이사 각 한 명을 포함, 5명의 이사 후보를 놓고 표 대결을 벌인 끝에 출석 주식 350만2075주 중 231만5989주(66.1%)의 지지를 얻어 샘표식품 측의 후보가 모두 이사로 선출됐다.

박진선 사장은 주총 결과에 대해 "주주들이 샘표식품을 신뢰한다는 증거"라며 "PEF의 특성상 단기 이익을 추구하려고 하는 만큼 마르스 측이 추천한 재무 전문가 출신 이사 후보들이 선임됐다면 회사의 투자를 막을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마르스 측의 우리투자증권 남동규 M&A2팀장은 "PEF가 투자를 막을 거라는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며 "회사 측이 PEF의 특성을 모르고 무조건 반감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샘표식품의 경영 관련 비리에 대해 제보가 많이 들어온 상태"라며 "현재 법원에 제기해 놓은 샘표식품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이 받아 들여져 경영진의 배임혐의 등이 드러날 경우 관련 이사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과 배상 요구 등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20일에는 마르스 측이 샘표식품 최대주주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 들여졌다. 반면 샘표식품이 마르스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었다.

주총은 일단락됐지만 앞으로도 양측의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샘표식품 경영진은 마르스가 최대주주에 육박하는 지분을 기반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마르스는 20일 공시를 통해 샘표식품 주식 21만9401주(4.94%)를 장내에서 매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마르스의 지분율은 기존 24.12%에서 29.06%로 올라섰다. 현재 샘표식품 최대주주 측 지분(31.06%)과 맞먹는 수준이다.

반면 마르스 측은 회사의 불투명한 경영 방식이 불만이다.

일례로 마르스는 3분기까지 적자를 이어오던 실적이 매출액의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4분기 전례 없이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흑자 전환한 것은 회사가 의도적으로 실적을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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