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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필립스 '홍콩 심플리시티'서 체험한 미래의 생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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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해 뜨는 시간에 맞춰 서서히 밝아지는 기상조명에 맞춰 눈을 뜬다. 거실로 나서는 길에 체중계에 올라서니 '미네랄 부족' 표시가 나온다. 부엌의 정수기는 부족한 영양소를 자동 보완한 물을 만든다. 출근 전 가볍게 몸을 푼다. 디지털 건강관리 장비가 '어깨 근육이 뭉쳤다'고 알려준다. 벽에 설치된 디지털 보드 표시대로 근육 강화 동작을 하며 '퇴근 후에 마사지 치료 겸용 조명 아래서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보드에 '출근 차량이 20분 뒤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뜬다. '씻고 아침 먹으려면 좀 서둘러야겠다.'

이상은 미래형 웰빙 가전으로 꾸며진 디지털 홈의 모습이다. 네덜란드 필립스는 13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컨벤션 센터에서 '심플리시티' 행사를 열고 가전과 조명.의료장비가 융합된 미래의 가정을 선보였다. 2004년 이후 런던.파리 등에 이은 아시아 첫 심플리시티 시연 행사였다.

◆기능은 많지만 사용법은 쉽게=미래형 가전의 특징은 일상을 보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명은 어둠을 밝힐 뿐 아니라 태양의 신체 신진대사 역할까지 한다. 체중계는 생체정보를 꼼꼼히 기록 관리하는 '디지털 주치의'다. 디지털 펜만 있으면 거실벽은 아이들 마음대로 그림을 그렸다 지우는 캔버스가 된다.

복합 기능이지만 사용법은 단순하다. 웬만한 책 두께인 사용설명서에 질린 소비자를 배려한 것이다. 본체와 스피커로 구성된 '뮤직 스펙트럼'의 경우 CD에서 일일이 선곡을 하는 게 아니라 손끝만 살짝 갖다대면 클래식부터 록음악까지 원하는 분위기의 음악을 틀어준다. '조명 스펙트럼'도 손가락 하나로 집안에 열대림이나 수영장 효과를 낼 수 있다. 안드레아 라그네티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소비자는 기술 자체를 사는 게 아니라 편리하게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콘텐트를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 내놓은 시제품들은 3~5년 안에 상용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시장에 주목=필립스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 대신 소형가전과 헬스케어(건강관리) 쪽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8월 반도체 사업부를 접었다. 앞으로 가전과 건강 분야를 결합한 제품에 힘쓸 예정이다.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시장이 커질 것이란 계산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태 지역은 중요한 신흥시장이다. 필립스 그룹 매출의 20% 이상을 점하는 의료분야는 4년 간 아태 시장에서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홍콩=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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