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 공화국간 민족적 갈등/「공동체」에 최대 걸림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름바꾼 또다른 연방 반갑지 않다”/경제난 계속땐 혼란만 가중
보리스 옐친 소련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독립국가공동체는 공화국들의 대거 참여가 확실해짐에 따라 연방을 대체하는 새로운 체제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나 그 작업은 결코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많은 소련전문가들은 사태의 유동성때문에 독립국가공동체의 성공여부에 확실한 전망을 자제하고 있으나 독립국가공동체 출범이 결코 쉽지 않다는데는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각 공화국안에서 안고 있는 민족주의 분위기다.
우선 소연방 와해의 결정적 요인이된 우크라이나공화국의 독립만해도 러시아공화국의 영향력 확대에 직접 영향을 받은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이같은 우려는 소연방에 속했던 공화국들이 독립국가 공동체에 대거 참여,규모면에서 소연방과 별로 다른 것이 없게 됨으로써 다시 커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슬라브계공화국들로 구성된 공동체,아니면 다른 공화국들이 참여하더라도 소연방보다 규모가 작을때 공동체 참여가 확실하며 공동체 규모가 너무 커져 소연방의 이름만 바꾼식의 중앙체제 등장은 결코 반갑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선 옐친 대통령이 주도하는 독립국가 공동체가 외교·국방·통화 등을 각공화국이 공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현 소연방체제에 고르바초프 대통령만 제거됐을뿐 과거와 아무것도 다를것이 없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국내주둔 소련군을 자체지휘아래 두고 단일화폐에 반대하고 있는 것은 거대공동체 탄생에 대한 우려와 민족주의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러시아공화국은 공동체성사를 위해 독자적으로 추진하려던 가격자유화등 경제개혁 추진을 수주간 미뤘으나 경제개혁에 대한 공화국간 합의가 공동체 형성이라는 정치적 작업과 동시에 이뤄지기 힘들것으로 전망된다.
공동체구성의 정치적 작업이 지연되는동안 가격자유화를 앞둔 러시아공화국에선 이미 물가가 폭등하고 있어 러시아는 경제개혁추진에서 각공화국들과 보조를 맞출 것인지,아니면 독자개혁을 서두를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할 형편이다.
만약 러시아가 경제난을 견디지 못해 독자개혁에 나설 경우 공동체추진은 상당한 혼란을 겪게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안젤라 스텐트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등 소련전문가들은 와해상태의 소연방을 독립국가공동체가 대신하는 것이 핵무기관리등 안보문제에 다행스런 것인 만큼 서방국가들이 공동체 결성이 성공하도록 시간을 갖기위해 시급한 경제지원을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독립국가 공동체결성이 쉽지 않은 마지막 이유는 아직 공동체에 대한 정확한 개념규정이나 공동체의 운영형태,공화국간 관계설정이 되지않고 있다는 점이다.
독립국가공동체가 영 연방식이 될지,현재 태동중인 유럽공동체(EC)형태가 될지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다.
소 연방의 해체와 독립국가공동체 출범에 따른 법적혼란도 문제중 하나다.
옐친 대통령은 공동체아래에서 현 소연방과 같은 구조가 유지될 것으로 합의됐다고 밝혔지만 이렇게 현 소연방과 차이가 모호해 참가 공화국들간에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이같은 문제들로 독립국가공동체 발족이 지연되고 경제난이 가속될 경우 구체적 반동세력들의 움직임도 간과할 수 없다.
옐친 대통령은 군부를 장악하기위해 군인들의 봉급을 현재의 두배로 인상하는등 조치를 취했으나 경제가 악화될 경우 숨을 죽이고 있는 수구세력들에 기회를 제공해 줄수도 있다는 것이다.
옐친 대통령의 독립국가공동체 구상은 소연방을 해체하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무력화하는데는 성공했으나,그것을 새로운 체제로 성사시키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뉴욕=박준영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