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조선과 낙랑』 출간|개업의 강경구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국사학자가 되겠다는 소년시절의 꿈을 의사가 된 뒤에도 줄곧 간직해 온 끝에 한국고대사 연구논문집을 퍼낸 강경구씨(42·서울개포동주공1단지) .
서울대의대를 나와 의사가 된지 l5년째인 강씨는 최근 고대사관련 논문 8편을 묶은 『고대의 삼조선과 낙랑』이라는 책을 냈다.
『부모님의 반대로 대학사학과 진학이 좌절되면서「아마추어 사학자」의 길을 택했다』는 강씨는 『한국사 연구는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었다』고 말했다.
강씨가 고대사연구에 정열을 품게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삼국유사』를 읽고나서부터. 『선비가 태어나 그 나라 역사를 모르면 되겠는가』 라는 발문의 글귀가 특히 가슴에 와 닿았다는 강씨는 『사춘기였던 당시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고 했다.
68년 서울대의대에 진학한 그는 사학이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한국사와 관련된 강의를 듣느라 2년 과정인 예과를 3년간 다녔다.
『예과시절 은행가로서 트로이 유적을 발굴해낸 독일의 슐리만에 대해 알고나서 그의 인생을 삶의 모델로 삼기로 했다』고 강씨는 말했다.
그는 본과와 수련의과정을 마치고 한국사연구에 본격적으로 덤벼들어 논문과 책등을 닥치는대로 읽었다.
『역사논문을 읽으면 머리가 오히려 정리된다』는 강씨는 『그래서인지 한밤중과 휴일에도 피곤한줄 몰랐다』고 말했다.
글쓰는 일에 대한 흥미 때문에 「의사신문」 과「의학동인」지에 각각 「한국명의열전」 과 「한국 성씨의 뿌리를 찾아서」를 2년반에 걸쳐 연재, 책으로 묶어 내기도 한 강씨는 마흔이 되면서 자기의 연구작업을 「중간평가」 하기위해 이번 논문집을 내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가 고대사부분을 택한 것은 조선시대이후 사라진 상무정신을 찾는데 유용한데다 이부분은 학계에서도 갖가지 이설이 엇갈려 도전의욕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집필에만 2년반이 걸린 이 책에서 학계의 정설과는 달리 한사군의 하나인 낙랑은 지금의 평양지방에 위치하지 않았으며 고대의 3조선이 단군·기자·위만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군·완수긍·예맥조선의 순서로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정통사학자라고 불리는 강단사학자들이 재야 또는 아마추어 사학자들의 주장에 관심을 두지 않는게 안타깝다고 밝힌 강씨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일본에서와 같이 강단·재야사학계가 서로 도와주며 의견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