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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생생한 이라크 호텔 피격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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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2주간은 눈이 가는 뉴스가 많았다.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와 압도적인 국회 재의결까지의 숨가쁜 갈등 과정이 그 중 하이라이트였다. 한국 근로자 테러에까지 이른 이라크 관련 뉴스도 그 못지않게 주목을 끌었다.

국회가 의결한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법적으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탓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러나 문제의 특검법안은 대통령 측근 비리란 이름으로 대통령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법안이다. 법관들은 자기와 관련이 있는 사건의 재판은 '회피'하는 게 도리다. 대통령도 자기 관련 사항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이해의 상충'의 윤리에 어긋난다. 도덕적 해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그렇다고 국회 과반 의석을 지닌 한나라당이 헌법에 규정된 재의투표로 가지 않고 국회를 보이콧하고 최병렬 대표의 단식이란 초강수 투쟁에 나선 것도 정도(正道)는 아니다. 그 과정에서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는 자기 주변 비리를 파헤칠 특검 법안을 거부한 노무현 대통령과, 그렇다고 국회를 보이콧한 한나라당 양쪽의 잘못을 동시에 질타하고 있다. 그래서 崔대표의 단식은 과거 야당지도자들의 단식 때와 달리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결속과 야3당을 특검법 재의결로 결집시키는 데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비록 부적절해 보이더라도 제1야당 지도자의 단식은 정국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심중한 사태다. 나름의 각오와 결단을 갖고 결행하는 일이다. 비판은 자유롭게 해야겠지만 조롱이나 농담거리로 삼을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崔대표가 단식에 들어간 바로 그날 盧대통령이 한나라당의 국회 보이콧을 "다수당의 불법파업"으로 비유한 것은 점잖치 못하다.

11월 27일자 중앙일보는 4면의 3단 제목으로 대통령의 바로 그 표현을 부각했다. 타지들은 그 표현을 작게 부제로 뽑거나 기사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 날짜에 다시 경쟁지들은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유시민 의원이 자기는 야당 대표가 쌀두부(혹은 쌀뜨물)를 먹든 말든 관심 없다는 투로 崔대표의 단식을 비아냥대다 동료의원들에게서 지적받은 사실을 보도했으나 중앙일보는 다루지 않았다.

12월 4일자 중앙일보와 한겨레엔 단식 8일째인 崔대표의 특별기고와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 동시에 실려 눈길을 끌었다. 중앙일보는 崔대표의 구술을 정리해 다시 직접 수정한 기고문을 4할 정도만 발췌 보도했고, 한겨레는 崔대표가 기자에게 구술한 편지를 전문 게재했다. 두 기사는 崔대표가 단식을 하게 된 배경, 지금의 심경, 대통령의 변화와 국정 쇄신 요구 등 비슷한 내용이다. 편지 형식으로 내용 전문을 1면과 5면에 배치한 한겨레 쪽이 더 공을 들인 느낌이 든다.

11월 30일 이라크에서 총격 테러를 당해 한국 근로자 2명이 죽고 2명이 다친 충격적 사건은 현지 취재가 아닌 국내 발표여서 1일자 신문들의 보도가 대동소이했다. 다만 이 사건에 앞서 국회 이라크 파병 조사단 활동을 전후한 중앙일보의 현지 르포는 타지를 압도했다. 특히 국회 조사단이 투숙 중인 바그다드의 팔레스타인호텔과 셰러턴호텔 피격 현장 르포(22일자 1, 3면)는 현장감이 뛰어났다. 26일자 1, 3면의 국회 조사단 바그다드 간담회 기사도 한발 앞선 단독 기획기사였다.

그러나 27일자 타지는 고건 국무총리가 유럽연합(EU) 상의 초청 연설회에서 지역을 맡지 않고 의무.공병부대처럼 기능적으로 접근하는 파병 방안은 폐기하고 3천명 규모의 특정지역 전담부대를 파병한다는 원칙을 갖고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말한 내용을 크게 보도했는데 중앙일보엔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高총리의 언급에 대해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쪽에서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등 속보가 이어졌다. 그래서 첫 보도가 빠진 빈자리가 더 커 보였다.

12월 3일자 중앙일보 10면 주사위난의 여신도와 오피스텔 방에 있다 여신도 남편에게 들켜 창밖으로 피해 매달려 있던 중 추락사한 목사 가십과 27면 사람면의 1단 별세 기사는 중복이었다. 결과적으로 익명으로 보도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이 공개됐다.

성병욱 본사 고문.세종대 석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