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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엔 조조 같은 지도자 필요" 김원중 교수 '정사 삼국지' 첫 완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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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조조 같은 인물입니다."

이 무슨 도발적 언급인가. 유비며 제갈공명에게 한을 품게 하고, 한나라를 가로챈 간웅(奸雄)이 지도자의 본보기라니. 하지만 '정사(正史) 삼국지'(전 4권)를 최초로 완역한 김원중(43.사진)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우리는 소설 삼국지에 절어 사실을 잘못 알고 있습니다. 삼국 통일의 기틀을 닦은 조조는 병법과 치세에 능한 장수요, 정치가였을 뿐만 아니라 위나라의 '건안문단'을 선도한 시인이자 사상가로 문무를 겸비한 영웅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위진(魏晉)남북조 시대를 전공한 학자로, 중국 24사(史) 중 하나인 삼국지를 번역했으니 그의 말엔 무게가 있다.

"유비는 비전이나 전략도 없는 용렬한 인물이었죠. 제갈공명 역시 정치가로서는 유능했지만 마속의 예에서 보듯 군사전략가로서는 많이 모자랐습니다. 칠종칠금도 허구고요."

그에 따르면 소설 삼국지는 원말 명초에 활동한 저자 나관중의 의도적으로 손질한 것이다. 당시 이민족 지배하에 있던 한족의 얼을 살리기 위해 유비의 촉한정통론에 기울었다는 설명이다.

사실 이번 '정사(正史) 삼국지' 번역이 처음은 아니다. 1994년 완역판을 냈으나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여겨 스스로 절판한 적이 있다. 그래도 사이버 세상에선 그 절판본을 찾아 헤매는 삼국지 매니어들이 수두룩할 정도니 그의 작업은 그만큼 귀한 셈이다.

"박사 과정에 다닐 때 번역을 시작했으니 얼추 15년은 삼국지와 씨름했네요."

김 교수는 매일 4시간만 수면을 취한 후 새벽마다 구도하듯 번역과 집필에 매달린단다. 학술논문 30여 편과 '사기 열전' 등 10여 권의 저서와 번역서는 이런 땀의 결실이었다. 여기에 4살 때부터 조부에게서 회초리를 맞으며 가학(家學)으로 익힌 한학 실력이 큰 도움이 됐다.

"정사는 소설보다 딱딱하지만 일반 독자들은 중화사상에 젖은 소설 삼국지를 새로 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또 우리 고대사 연구의 보고(寶庫)인 만큼 사학계에서도 '왜 우리 영역에 손을 대느냐'하지 말고 이를 충분히 활용했으면 합니다."

번역과정에서 쌓인 자료로 '관직사전'을 엮고 앞으로는 '한서(漢書)' 번역에 매달릴 계획이라는 김 교수의 당부였다.

글=김성희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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