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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YS 이명박 지지에 섭섭 YS 탈당 소식에 '심기 불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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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0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쓰고 있다. 손 전 지사는 ‘미래·통합·평화의 새로운 정치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겠습니다’라고 기록했다. [조용철 기자]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것은 김영삼(YS) 전 대통령 때문? 황당한 소리 같지만 정치권에선 이런 분석이 설득력 있게 나돈다. 얘기는 이렇다. 손 전 지사는 정치적 스승이었던 YS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자신을 도와줄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얼마 전 YS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공공연히 '이명박 지지' 입장을 밝혔다. 가뜩이나 거취를 고민하던 손 전 지사는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당을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손 전 지사 캠프 사정을 잘 아는 한나라당 한 의원은 20일 "옛 민주계 출신 당원들은 손 전 지사를 민주계의 '적자(嫡子)'로 생각하고 지역에서 많은 도움을 줬는데 최근 이들이 캠프에서 대거 이탈했다. 이를 두고 손 전 지사의 고민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YS가 이 전 시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것도 민주계 인사들로선 정치적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손 전 지사는 평소 YS에게 공을 많이 들여 왔다. 지난해 12월 16일 민주계 송년회가 열렸을 때다. 당시 파주 LG필립스 공장을 방문했던 손 전 지사는 오후 6시 약속을 맞추기 위해 수행비서와 둘이서 지하철로 강남까지 이동했다. 최형우.서청원.김덕룡.이원종 등 민주계 인사들과 섞여 앉아 있던 손 전 지사는 YS가 도착하자 음식점 입구까지 마중을 나갔다.

실제 손 전 지사는 YS가 이 전 시장의 손을 들어준 것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15일 그는 동서포럼 특강에서 "출판기념회 주인공처럼 소개받았지만 이 출판기념회는 크지도 않고 김영삼 전 대통령도 안 나오셨다"고 말했다. YS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한 것이다. 사석에선 YS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터뜨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YS의 김기수 비서실장은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이 불편해 하신다"고 전했다.

손 전 지사의 새로운 정치적 후원자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직은 설(說) 수준이지만 손 전 지사가 꾸준히 햇볕정책을 지지해 온 점을 DJ가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내세우고 있는 '중도통합'의 기치나 이념노선도 DJ와 닮아 있다. 지지율도 영남권보다 호남.충청권에서 훨씬 높다.

그러나 손 전 지사 측 이수원 공보실장은 "햇볕정책은 손 전 지사의 일관된 소신일 뿐이다. DJ와 정치적으로 연계하지 말라"며 이런 추측들을 부인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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