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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판 OPEC' 내달 창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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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주도해온 '천연가스판 OPEC' 창설 구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러시아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는 "세계 주요 천연가스 생산국이 지난주 OPEC 창설에 최종 합의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신문은 "다음달 9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릴 주요 천연가스 수출국 회의에서 기구 결성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주요 천연가스 생산.수출국들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유사하게 가스 카르텔을 형성해 천연가스 생산량과 수출가격을 조절하겠다는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미국과 유럽 등 가스 수입국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스 카르텔이 결성되면 세계 자원시장에 OPEC 못지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 가스 OPEC 출범 초읽기=코메르산트는 아랍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이란.카타르.알제리.베네수엘라 등이 창설 멤버로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스 매장량에서 모두 세계 10위권에 드는 나라다. 특히 러시아.이란.카타르는 가스 매장량 순위 1~3위에 오른 '트로이카'로 세계 전체 매장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와 카리브해 연안 트리니다드토바고 등도 카르텔에 합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현재 각국의 고위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주에는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이 "가스 OPEC는 흥미로운 구상이며, 나는 기구 창설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베네수엘라의 에너지.석유장관 라파엘 라미레스도 "OPEC와 함께 두 가지 주요 에너지 자원을 조절하는 훌륭한 기구가 될 가스 OPEC 구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 긴장하는 서방=가스 OPEC 결성은 최근 에너지를 무기로 국제무대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와 역시 에너지를 방패로 서방에 맞서고 있는 이란이 주도해 왔다. 논의에 먼저 불을 지핀 것은 이란이다.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1월 말 "러시아와 이란이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가스 OPEC를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월 초 연두 국정연설에서 "천연가스 OPEC는 흥미로운 생각"이라며 "이란을 비롯한 주요 천연가스 생산국과 협의하겠다"고 화답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푸틴은 2월 중순 중동의 주요 가스 생산국인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카르텔 창설 구상을 가시화했다.

1970년대 OPEC의 석유 무기화로 혼이 난 미국과 유럽은 가스 카르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카르텔 결성을 주도하는 나라들이 대부분 반미 성향인 점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뮤얼 보드먼 미국 에너지 부장관은 지난달 "가스 카르텔은 장기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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