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아들 '시신 동거' 6개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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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없이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하던 중학교 3학년생 아들이 어머니가 병으로 숨지자 반년 동안 어머니 시신을 집에 둔 채 생활해 오다 학교 선생님에게 발견됐다.

4일 오후 6시50분쯤 경기도 이천시 창전동 단독주택 2층 셋방에서 심모(45.여.다방종업원)씨가 숨져 있는 것을 심씨 아들 宋모(15)군의 학교 교사 정모(42.여)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심씨의 시신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완전히 부패해 뼈만 남아있는 백골에 가까운 상태였다.

宋군은 다방일이 바빠 한달에 두세번 집에 오던 어머니가 당뇨병이 심해져 시력을 거의 잃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집에서 몸져 눕자 지난 5월말부터 학교를 조퇴하며 어머니를 간호했다.

그러나 지난 6월 4일 어머니가 숨지자 宋군은 외부에 알리지 않고 학교도 가지 않은 채 죽은 어머니와 한 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宋군의 담임교사 등은 宋군이 계속 결석하자 宋군의 주소지를 여러 차례 찾아갔으나 무단 전출해 집을 찾지 못하다 지난달 19일 宋군을 봤다는 학생들과 함께 어렵게 찾아냈다.

당시 머리를 깎지 않아 장발인 채로 집에 있던 宋군은 "어머니가 가출해 학교에 가지 못했다"며 오모(42)담임교사에게 거짓말을 했다.

이후 宋군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학교 측은 돕기 운동에 나서 전기장판.담요.쌀 등을 전달했다. 4일에는 宋군 집 보일러를 수리해 주기 위해 3학년 부장교사인 정씨가 宋군이 없는 동안 열쇠공을 불러 잠겨 있던 안방 문을 따고 들어가다 시신을 발견했다.

宋군은 경찰에서 "엄마를 계속 곁에 두고 싶었다. 죽어있는 엄마의 추한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었다"고 말했다.

宋군은 어머니가 숨지자 생활보호대상자 생계비로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월 18만원과 쌀 20㎏으로 연명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근 주민들은 평소 심씨가 집에 자주 오지 않는 데다 시신 썩는 냄새를 맡지 못해 심씨가 숨진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전 아버지가 숨진 뒤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해온 宋군은 연락이 끊긴 이모 한명 외에는 친인척이 아무도 없으며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친구와 교류도 없었다.

이천=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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