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라!논술테마] 생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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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학술 잡지인 '네이처'에 지난 2005년 8월 11일자 '쌀 지놈 지도에 기반한 염기서열'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됐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10개국 과학자들이 조직한 '국제 쌀 지놈 염기서열 분석 프로젝트'팀이 6년 연구 끝에 낸 논문이다. 이 연구로 인류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주식으로 삼는 쌀의 본질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됐다.

쌀의 지놈 지도를 밝혀낸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지놈(genome)이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를 합성한 말로, 1920년 독일의 식물학자 윙클러가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지놈은 생물체를 구성하고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모든 유전 정보가 들어 있는 유전자의 집합체를 뜻한다. 따라서 어떤 생명체의 지놈 지도를 밝힌다는 말은 모든 유전 정보를 분석한다는 말이고 나아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통해 인간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문에 따르면 쌀의 유전 정보는 총 3억8900만 개의 뉴클레오티드(DNA의 기본 단위)로 구성된 12쌍의 염색체로 이뤄져 있는데, 이 안에 존재하는 유전자는 3만7544개 정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쌀 지놈의 95% 이상을 분석한 결과다.

쌀은 그 식량학적 중요성 때문에 오래 전부터 다양한 육종과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개량돼온 작물이다. 특히 쌀을 주식으로 삼는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여러 가지 품종의 벼를 교배시켜 수확량이 월등히 높은 '통일벼'를 개발했고 꾸준히 품질 개량을 해오고 있다.

육종에 의한 개량 방식은 1970년대 말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욱 가속화돼 2002년 독일에서는 이 기술을 통해 쌀이 거의 갖고 있지 않던 베타카로틴(비타민 A의 전구체)을 만들 수 있는 유전자를 삽입시킨 '황금쌀(golden rice)'을 개발하기도 했다. 비타민 A가 부족하면 야맹증이나 면역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 황금쌀의 경우 비타민 A 섭취가 부족한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쌀의 완전한 지놈 지도가 완성되면 지금까지 계속돼 왔던 쌀 개량 연구에 한층 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 생각플러스: 유전자 재조합 등으로 개량된 농산물이 가져올 수도 있는 부작용을 생각해 보고 그것을 막을 방안을 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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