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한자학습 길라잡이 ⑨ 글자를 가지고 놀며 배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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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울 신(辛)과 행운 행(幸)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바로 획수 하나(一)의 차이다. 재미있게도 맵다, 쓰리다는 의미의 신(辛)자에 획수만 한 개 보태주니 행복, 행운이라는 반대 뜻이 생겼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마음을 바꾸면 된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만 그런 것이 아니다. 글자도 한 획을 바꿈으로써 정반대의 글자가 만들어진다. 글자를 가지고 놀면서 한자를 즐겁게 배워 보도록 하자.

◆ 획수(점)를 보태 글자 만들기=日이라는 글자에 획 하나만 그어 몇 개의 한자를 만들 수 있을까? 얼핏 펼 신(申), 갑옷 갑(甲), 말미암을 유(由)가 떠오른다. 그런데 또 있다. 밭 전(田), 아침 단(旦)도 획 하나만 보태 만들 수 있는 글자다. 아이에게 日자를 써 준 다음 획을 딱 한 번만 그어 글자를 만들어보게 하라. 한자를 놀이처럼 배울 수 있다.

한자는 획수나 점 하나를 더하거나 빼도 뜻이 바뀐다. 그렇다 보니 눈으로 늘 보는 쉬운 글자임에도 막상 실제로 쓰면 틀리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국사(國史)의 경우, 역사 사(史)를 벼슬아치 이(吏)와 자주 혼동한다. 물 수(水)는 점을 어느 곳에 찍느냐에 따라 얼음 빙(氷)이 되기도 하고 영원할 영(永)이 되기도 한다.

큰 대(大)는 점의 위치에 따라 개 견(犬)도 되고 클 태(太)도 된다. 심지어 몸 기(己), 이미 이(已), 뱀 사(巳)는 획의 길고 짧음에 따라 글자 뜻이 바뀌기도 한다.

이런 글자들은 대개 획수가 적거나, 일상에서 흔히 쓰는 필수 한자들이다. 부모가 먼저 글자를 쓴 다음 자녀에게 점이나 획을 덧붙여 새로운 글자를 만들도록 하라. 게임 하듯이 일상에서 잘못 쓰기 쉬운 한자, 잘못 알기 쉬운 한자를 바로잡는 훈련이 될 것이다. <표1 참조>

◆ 글자를 쪼개는 파자 놀이=나이에는 각기 해당 명칭이 있는데, 그 가운데 여자 나이 열여섯 살을 과년(瓜年)이라 부른다. 왜 오이 과(瓜)자를 쓸까? 과(瓜)를 세로로 절반 나누면 8이 두 개인 모양, 즉 八八이 되어 八 + 八 = 16이 되는 것이다. 여든여덟 살은 미수(米壽)라고 한다.

왜 쌀 미(米)자를 쓸까? 미(米)를 나누어 쪼개면 八十八이 되어 88이란 발음이 나온다. 이처럼 한자의 자획을 쪼개어 나누는 방법을 파자(破字)라고 한다.

한자를 하나하나 쪼개 보면 그 안에는 여러 개의 한자가 있다. 한자를 나누어 들여다보면 한자를 쉽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

한자가 쪼개지는 파자(破字)의 원리를 이용하여 학습하면 흥미를 높일 수 있다. 예컨대 어버이 친(親)을 배운다고 하자. 친(親)을 나누어보면 설 입(立), 나무 목(木), 볼 견(見)으로 구성된다. 그러면 '저물녘 집 앞의 나무[木]에 서서[立] 멀리 바라보며[見] 자식을 기다리는 분이 어버이다'라는 식이다.

이 방법은 한번 머릿속에 기억해두면 쉽게 잊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한자의 자원(字源)을 푸는 열쇠인 갑골문이 발견되기 전까진 주로 이 방식으로 한자를 배웠다.

◆ 글자를 갖고 노는 수수께끼=파자를 이용한 수수께끼로 한자를 배울 수 있다.<표2 참조> 예컨대 '친구의 생일을 물었더니 아침 조(朝)자를 써 주었다. 그러면 친구 생일은 언제인가?'라는 문제가 있다고 하자. 답은 10월 10일이다. 조(朝)를 파자하면 十月十日이 된다. 그러면 입이 넷이나 달린 개는 무슨 글자일까? 답은 그릇 기(器)다. 가운데 개 견(犬)이 있고 입 구(口)가 네 개다. 양(羊)이 뿔과 꼬리가 빠지면 무슨 글자가 되는가? 임금 왕(王)이 된다. 수수께끼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

파자로 배우는 한자 학습은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넌센스다. 한자의 본래 기원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또 부모가 사전 지식이 충분해 야 공부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자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효과 만점이다. 발상을 전환해서 이런 방법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면 한자를 배우는 재미가 아주 쏠쏠해진다.

박수밀 한국언어문화학회 연구이사·한양대 국문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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