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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달러에 산 맨해튼 세계를 사로잡은 마법…'뉴욕의 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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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뒤 5백10여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미합중국에는 수많은 도시가 탄생했지만 뉴욕만큼 이 신세계의 혼란과 불가사의와 모순을 함축한 도회지는 없었다. 뉴욕은 누구나 올 수 있는 이민자와 피난민의 도시였고, 뉴욕 사람(뉴요커)은 그 활력과 가능성과 난해함까지 껴안을 수 있는 자유인을 뜻했다.

소설가 존 스타인벡은 "한번 뉴욕에 살아 보면, 그리고 뉴욕을 자기 도시로 만들면 다른 어떤 곳도 그만 못해진다. 뉴욕은 모든 것의 총체이다"라고 고백했다. 오죽했으면 영화'비열한 도시'와'택시 드라이버'로 뉴욕을 파헤친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모든 견고한 것은 뉴욕에서 녹아버린다"고 말했을까.

프랑스 역사학자 프랑수아 베유(프랑스 국립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는 이렇듯 뉴욕의 포로가 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뉴욕의 마법을 해독하려는 노력으로 이 책을 썼다. 1626년 네덜란드인들이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서 푼돈 60길더(약 24달러)를 주고 맨해튼 섬을 사들인 이래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잠재력을 지닌 땅으로 자라났다는 것이 지은이의 견해다. 17세기 초 촌락 형성기부터 20세기 미국 시대의 수도까지 모두 4부 10장으로 나눠 그가 해부한 뉴욕은 욕망과 힘으로 상징되는 현대성의 자화상이었다.

"뉴욕의 현대성은 물리적 성장과 사회.정치적 발전 사이에서 영원한 긴장을 타협해 나가는 방법에 있을 것이다. 뉴욕인들은 도시의 불빛이 던지는 매력에 굴복할 줄 아는 이들이다."

19세기 말에 이미 인구 3백만명을 넘어선 거대 도시, 1890년에 등장한 마천루의 숲으로 하늘을 향해 치솟은 수직 도시, 범죄와 금융의 도시이며 예술과 마약의 도시인 뉴욕을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2년 전 이 천하무적의 국제 도시는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한 진원지가 되었다. 아직까지도 그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9.11사건이다.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테러리스트들의 비행기 자폭으로 무너져내리는 광경은 미국의 자본주의와 다문화주의를 향한 분노의 폭발로 21세기 인류사가 그은 한 이정표가 되었다. 프랑수아 베유는 비극을 겪은 이 도시에 조언한다.

"비록 여전히 세계 문화의 중심이자 세계를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 하더라도 이제부터 뉴욕은 타협하는 방법, 조직적인 운용 방법, 더는 혼자 미국 문화의 피라미드 정상에 서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

뉴욕시가 폭파된 폐허에 붙인 이름 '그라운드 제로'가 그들이 세상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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