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택장관의 「교통대책」(일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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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교통난 정부·국민이 함께 풀어야”/버스요금인상 당장 해결곤란/경인국도 확장 조기준공 할터
임인택 교통부장관(51)은 상공부 사무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일단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이면 이틀이고 사흘이고 밤샘을 해서라도 업무를 마무리짓고마는 업무스타일 때문에 「황소」라는 별명까지 붙은 일꾼이다. 그러나 교통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겨 1년. 난마처럼 얽힌 교통문제는 그의 뚝심으로도 풀기가 쉽지않은 눈치다. 신정연휴부터 운휴를 결의하고 나선 시내버스문제,최근 잇따른 사고로 시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킨 수도권전철·지하철문제,대도시의 만성적인 교통난등 어려운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7일 아침 대구지하철 1호선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한 채비에 바쁜 임인택 교통부장관을 붙잡고 내년에는 대중교통 사정이 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해도 좋은지 물었다.
눈썹근처에 난 큰점,1백76㎝의 큰 체구,정통경제관료출신이면서도 수더분한 채취가 「수호지의 노지심」을 연상케하는 그는 『교통문제는 인내와 끈기로 풀어갈 수 밖에 없다』면서 나름의 전망과 구상을 밝혔다.
그는 요즘 여권방침에 따른 지역구(전남 순천이나 무안) 국회의원 출마대상 각료로 거명되고 있다.
­14대 총선때 출마하실겁니까.
▲그거 근거있는 겁니까. 언론에서들 그러던데…. 당쪽에서 그런 얘기들이 있다고 하지만 저한테는 아무 얘기도 없었어요.(임장관은 철도공무원이었던 부친의 잦은 전근으로 아버지 고향은 무안인데 순천에서 고등학교를 나오는등 뿌리를 삼을 지역구가 없다는 것이 지역구출마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평소 설명이었다)
­내년초부터 버스업체들이 경영난을 더 못견디겠다고 차를 세우겠다는데 큰일 아닙니까.
▲버스나 택시업계 모두가 어려운건 사실이예요. 도로공사와 승용차증가로 교통은 막히고 인건비상승과 기사난까지 겹쳐 경영이 어려우니 요금을 올려달라는 얘기지요. 상당부문 이해가 갑니다. 관계부처와 협의할 사항이지만 결국 시기문제라고 봅니다. 어떻게 해서든 버스가 서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고 근본대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교통부로서는 대중교통 효율을 높이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라고보고 신호체계의 개선이나 야간도로공사·버스전용차선 확보 등도 꾸준히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교통요금을 지난 2월에 올렸는데도 업계가 못살겠다고 야단인걸 보면 정부의 교통요금 정책이 실패했다는 얘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국민입장에서는 공공요금은 안올리는게 좋겠지요. 그러나 지난번 요금인상때 인상요인을 제대로 반여해주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고 그후 물가상승등 상황이 많이 나빠졌어요. 다른나라와는 달리 정부보조도 없으면서 한국의 버스요금이 세계에서 가장 싸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교통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사난으로 운휴차량이 많아 버스 한번 타려면 보통 20∼30분씩 기다려야 하는데 대책이 있는 겁니까.
▲업계에서 오래전부터 기사양성기관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현재 검토중입니다. 문제는 노동강도는 높고 대우는 나쁘니까 빠져나가는 것인데 적정임금과 복지시설을 보장해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급택시 도입문제을 놓고 요금만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모든 상품은 종류가 많아야 하고 선태은 국민이 해야합니다. 다만 요금인상용이라는 점 때문에 반대가 있는 걸로 아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급한 사람은 많은 돈을 주고 불법영업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습니까. 고급택시제도는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교통부의 입장입니다.
­지하철과 철도는 인기있는 대중교통수단이지만 사고가 잦아 시민들이 불안해 합니다.
▲잦은 사고의 원인으로는 전동차가 17년이상 노후된 차량들이고 수송량이 많다보니 무리한 운행을 한다는데 있어요. 결국 문제해결은 돈에 있습니다. 정부예산을 얼마나 투자하느냐는 거지요.
올해에만 새 전동차 4백44량(2천억원)을 교체했지만 앞으로 계속 노후차량은 바꾸고 늘어나는 승객에 대비해 차량도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내년에는 대중교통이 좀 나아지리라고 기대해도 좋겠는지요.
▲문제는 지하철입니다. 빨리 그리고 많이 건설해야 하는데 93년까지가 문제지요. 그때까지는 참고 견딜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국민전체가 교통문화정착에 힘써주셔야 할 것입니다.
연간 1만2천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데 그 대부분이 운전자 과실아닙니까. 일본도 동경올림픽 전만해도 총알택시등 현재 우리가 앓고 있는 교통병들을 앓았지만 그동안 정부와 국민들의 엄청난 노력으로 지금의 교통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우리도 정부와 국민이 함께 노력하면 몇년 지나지않아 좋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경인·경수고속도로 통행제한은 당초 생각보다 많이 변경됐고 효과도 별로 없는게 아니냐는 말이 많습니다.
▲저는 상당히 효과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고속도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기 때문에 고속도로가 좋아지면 주변은 나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둘다 좋아지게 하자는건 무리한 요구지요,현재 고속도로의 야간통행량은 23%가 늘었고 속도도 12∼13㎞정도 빨라졌습니다. 주변도로문제는 경찰청과 협의,신호체계를 개선하고 있고 빠른 시일안에 경인고속도로와 국도를 확장하도록 추진중입니다.
­교통정책의 실무가 분산돼 효율성과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철도·항만·항공은 교통부가 관장하고 있지만 도로부문이 문제입니다. 도로건설은 건설부,단속은 경찰청,운수사업은 교통부로 나눠져있어요. 대도시교통문제나 국가간선망에 대한 것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대도시교통대책위원회와 청와대의 사회간접 투자기획단에서 조정하고 있습니다. 교통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교통계획 및 조정에 관한 법률제정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연구할 과제지요.
­교통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교통부가 고통부(?)가 됐다는 말도 있습니다. 장관으로서의 소감은 어떠신지요.
상공부에서 일하다 교통부장관으로 일한지 28일이면 만 1년이 되는데 앞으로 경제가 발전하려면 물류비용을 줄이는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자리를 맡게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과제로 남아있는 9개 법령을 개정했고 신공항·고속전철추진·대도시교통기본계획마련 등 교통정책이 기본이 되는 많은 일들을 우리 직원들과 더불어 해낸데 대해 무한한 영광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대담=엄주혁 차장 정리="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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