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새인물로” 대선 탐색/야권의 선택과 고민(92선거정국: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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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중당과 그밖의 조직들/김동길·박찬종씨 뭉칠지 관심/분열된 재야… 3명이 후보 나설수도
70년대초 반YS(김영삼 민자당대표)와 DJ(김대중 민주당 공동대표)가 40대 기수론을 내걸며 등장한 이후 20여년이 흐르는 동안 야당가에는 이들에 필적할만한 후계인물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두 김씨의 정치력이 그만큼 탁월한 탓도 있겠지만 유신과 5공의 독재시절을 거치면서 야당가에서도 집권권력에 맞대응할 강력한 지도자를 필요로 했다는 시대상황의 작용도 두김씨 「장기집권」의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두 김씨가 71년과 80년,87년에 이어 92년 대선에서 또다시 대권을 넘볼 수 있게된 것도 군사독재의 반사이익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YS가 여당의 2인자로 변신하고 신민당과 민주당이 야권통합을 이루면서 DJ의 야권 단일후보 옹립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두 김씨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김동길 전 연세대교수와 박찬종 의원이 지난달 태평양시대위원회와 정치개혁협의회라는 준정당 성격의 정치조직을 결성해 주목을 끌고있다.
물론 이들 두 단체가 아직 정당의 명칭을 사용할 만큼 인물·조직·자금등에서 세를 규합하지는 못했지만 궁극적으로 14대총선과 대선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본인들도 시인하고 있다.
김교수는 5공이 극성이던 지난 85년 『두 김씨는 정치를 그만두고 낚시나 가라』는 「낚시론」으로 일찍부터 두 김씨의 퇴진을 주장한 바 있고 박의원은 87년 대선당시 야권후보단일화를 요구하며 합류를 거부하다 결국 세대교체→양김정치의 종식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김교수와 박의원이 내년 대선에 도전장을 낼 것인지의 여부는 본인들의 말조차 엇갈리고 있어 불분명하다.
그러나 출마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한결같이 『현재로서는 대답하기 어렵다』며 부인하지는 않고 있어 출마의사를 갖고있다고 간주해도 무방할 것같다.
태평양시대위나 정개협관계자들도 이들의 대선출마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실토하고 있다.
김교수와 박의원이 대권까지 엿보게 된 것은 이들이 각종 설문조사에서 차세대 지도자의 상위그룹으로 나타나는데서도 알 수 있듯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특히 20년간 6천회의 강연회등을 통해 대중과의 공감대 확산작업을 계속해온 것을 기본자산으로 삼고있다.
김교수는 ▲토지공개념 ▲금융실명제 ▲교육제도 개선을 3대과제로,▲민주주의 확립 ▲도덕성 제고 ▲생산성 확대를 창당이념으로 들면서 정호용·김복동·장세동·권정달씨등 5,6공인사들까지 접촉하고 있어 정계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소지도 있다. 특히 5공인물 일부는 필요할 경우 김교수의 출마를 지원하고 그 대가로 김교수의 대중이미지에 편승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현실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김교수는 5공세력과의 접촉설이 비판을 받자 『언론이 아무 욕심도 없는 사람을 대통령병에 걸렸다고 하더니 난데없이 5공하고 손잡았다고 한다』며 5공과의 제휴를 제고하는 인상.
박의원도 『두김씨가 지역감정을 볼모로 대선에 재수·3수를 하려한다』고 비난하면서 『두김 정치에 대응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박 두사람은 모두 자신의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고 있지만 자신이 대안이 된다면 피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김교수와 박의원이 함께 출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두사람은 끊임없이 제휴내지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지난 5일 정개협시국토론회에 김교수가 연사로 참석할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주변에서는 박의원이 서울시장에,김교수가 대선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들이 대권후보로 나섰을때 개인의 인기도가 얼마나 표와 연결될 것인지는 미지수지만 야당의 통합바람과는 다른 차원의 참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재야에서 독자적인 후보추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결성식을 가진 민중회의추진위원회(위원장 오세철 연세대교수)는 오교수등 민중당에서 탈당 또는 제명처분된 속칭 민중당 좌파그룹으로 차기대선에 반드시 「민중후보」를 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87년 대선당시 「민중후보」로 출마,막판에 야권단일후보를 주장하며 물러섰던 백기완씨의 출마여부도 관심거리.
백씨는 현재 민중당 상임고문이지만 민중당지도부와는 거리를 두고 있고 오교수측의 민중회의추진위원회에도 간여하지 않고 있다.
백씨는 『당장 출마할 생각은 없다』며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민중이 나서야 한다』고 명백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민중당은 내년 대선에 반드시 후보를 낸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후보를 세운뒤 필요하다면 재야 및 야당과 야권후보단일화문제를 논의해보겠다는 것이다.
이우재 상임대표는 『진보정당으로서 후보를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당원이 결정하면 나를 포함한 누구든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재야에서도 민중당과 백기완씨,민중회의추진위원회 등 세곳에서 출마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80년 입법회의의원을 지낸 아태변호사협회의 창설자 이병호 변호사도 막강한 재력과 서울변호사협회장등의 경력을 내세우며 일찌감치 대권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 내년 대선에도 후보가 여러명이 될 것 같다.<김두우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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