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리기 나선 OPE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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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제적인 석유가격 통제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슬금슬금 세를 불리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로 아프리카의 산유국 앙골라를 12번째 회원국으로 맞아들인 데 이어 이번에는 남미로 눈을 돌려 에콰도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OPEC가 새 회원을 받아들인 것은 1975년 역시 아프리카 국가인 가봉(이후 탈퇴)이 가입한 뒤 31년 만이다. 따라서 앙골라의 가입은 한 세대가 지나도록 외부 세계에 굳게 문을 닫았던 OPEC가 본격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러한 변신의 조짐은 앙골라의 가입 과정에서도 읽을 수 있다. 18일 AFP통신에 따르면 OPEC는 가입 과정에서 앙골라에 특별 대우를 해줬다. 기존 회원국과 달리 원유 생산쿼터를 제한하는 OPEC 규정을 면제해 준 것이다. OPEC가 신규 가입 회원국에 가장 중요한 규칙인 쿼터 제한 규정을 면제해 준 것은 그만큼 앙골라를 받아들이기 위해 몸이 달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기존 회원국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특히 기구의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OPEC의 지시에 따라 회원국들이 산유량을 제한하고 있는데 앙골라만 생산량을 엄청나게 늘리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일이 시끄러워지자 모하메드 알하밀리 OPEC 의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알하밀리 의장은 15일 열린 OPEC 총회에서 "조금 인내심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앙골라가 쿼터를 받기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며 회원국들의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 모임이 모든 회원국에 똑같이 적용되는 한 가지 규칙만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조만간 앙골라에도 원칙을 적용할 뜻을 내비쳤다.

이런 상황에서 에콰도르의 가입 논의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에콰도르 대통령이 된 라파엘 코레아가 OPEC에 다시 들어가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부터다.

하루 53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에콰도르는 과거 OPEC 회원국이었으나 생산 쿼터를 지키지 않으면서 탈퇴했다. 당시 OPEC에 갚지 못한 연체금 400만 유로가 아직까지 빚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에콰도르의 가입 희망에 알하밀리 OPEC 의장은 "이번 총회에서는 유보됐지만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화답했다. 그는 또 "우리는 가입 후보국들이 기준만 갖춘다면 OPEC 조직이 커지는 것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라파엘 라미레스 베네수엘라 에너지 장관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에콰도르를 도와 주겠다"며 "중요한 것은 빚이 아니라 에콰도르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AFP통신은 최근 들어 수단의 OPEC 가입설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단은 다르푸르 내전 등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현재 OPEC 회원국은 알제리.앙골라.인도네시아.이란.이라크.쿠웨이트.리비아.나이지리아.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베네수엘라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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