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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일 더하기」「10% 줄이기」뜻은 좋지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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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전시행정 치우쳐 “국력낭비”/지도층 솔선없이 구호·운동 요란/보름간 연 3억5천만명 “참여”/어깨띠 매고 결의대회등 치중
정부가 지난달 21일부터 국민운동으로 추진중인 「30분 일 더하기」「10% 씀씀이 줄이기」운동이 지나치게 관주도·형식위주로 흐르고 있다.
또 사회지도층 솔선없이 시간때우기식의 근로시간연장,저소득층 근로자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할 우려가 높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무총리실이 7일 지난 보름간의 운동추진실적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일하는 풍토조성운동에 「참여」한 연인원은 남한인구의 9배에 이르는 무려 3억4천9백25만3천명,연단체·기관수는 2백54만5천8백12곳에 이르고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각종 결의대회·기관장 간담회나 피킷·어깨띠를 동원한 가두캠페인등 구호차원의 참여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급 정부기관이 주단위로 총리실에 올린 「실적보고」를 집계한 것으로 상당수 과장보고의 소지도 있어 전시행정위주에 급급했을뿐으로 실질적인 근로의욕증진,경제난 타개를 위한 정부의 자세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겨울철 퇴근시간(오후 5시)을 30분 늦추기로 한 정부기관의 경우 통근버스도 퇴근출발을 오후 6시로 조정(과천 제2종합청사)했으나 업무를 제시간에 끝낸 일부 부서 공무원들은 바둑을 두거나 휴게실에서 타부서·상사의 눈치를 보는 사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광화문 제1청사의 총무처는 이 때문에 6일 오전 10시 구내식당에서 사무관급회의를 열고 일과표를 자체작성,근무시간의 「양」보다 「질」에 초점을 두고 일더하기 운동을 하향식아닌 사무관 위주로 내실을 기하기로 결의하기도 했다.
정부기관이 보고한 「앞으로의 운동추진계획」역시 ▲5대더하기운동을 위한 산하기관·단체장 간담회(7일·수산청) ▲기계공업진흥회·귀금속판매업중앙회등 48개업종별 단체의 「일하는 풍토조성」결의대회(7∼11일·상공부) ▲청소년선도 가두캠페인(7일·체육청소년부) ▲교통봉사상 시상식(9일·교통부)등 전시용행사들로만 짜여져 있다.
특히 부유층의 과소비,지도층의 솔선이 뒤따르지 않아 10% 씀씀이 줄이기도 전시행정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무총리실의 「일하는 풍토조성」주무국장인 노석기씨는 『룸살롱의 여종업원 팁이 3만∼5만원에 이르고 불로소득의 여건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는 제조업체에만 일 열심히 하라고 독려하기가 어렵다』며 『정부로서는 운동추진과 함께 비정상적 노동인력구조·소득분포개선에도 힘쓸것』이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정부자료에 따르면 전국 7백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한 결과 68%는 30분 일 더하기에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반응이었으나 서울지역 남자·고학력층을 중심으로한 16%가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답해 전시행정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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