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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엔 경쟁자없어 “느긋”/야권의 선택과 고민(92 선거정국: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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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대표의 「대선3수」/“야통합으로 인기상승” 판단… 양당대결에 자신감/총선 승리해야 대선길 순탄
YS(김영삼 대표)가 민자당내의 난마와 같이 얽힌 대권후계자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데 비해 민주당의 DJ(김대중 대표)는 92년 대권고지를 앞두고 요즘 느긋하다.
그야말로 난산끝에 얻어진 통합야당의 인기도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당인 민자당과 맞먹거나 오히려 앞지르는 정도로 국민들의 호응이 높아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합후 야당에 대한 호응도는 구태여 여론조사를 빌리지 않더라도 14대공천을 앞둔 요즘 그 자신이 더욱 더 피부로 절실히 느끼고 있을 정도다. 동교동자택과 마포당사 주변이 연일 공천희망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또한 외부인사 영입작업때도 과거와 달리 야당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이 달라져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권고지를 향한 그의 집념이 결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차츰 엿보이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측 분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에게 여유를 가져다 주는 것은 이전투구양상을 빚고 있는 민자당과는 달리 92년 대권주자가 그자신으로 어느정도 가시화되어있는 점이다.
그자신 『솔직히 말해 내가 대통령 나가겠다고 말할 염치는 없다』면서도 좌우를 살펴보아도 당내에 자기만한 인물이 없다는데 적이 안심하고 있는 것이다.
1노에 야당의 3김이 북적대던 87년 대선때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얘기다. 이제는 민자대 민주의 양당대결로 좁혀져 과거 어느때보다도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은 점도 그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로 이같은 여유와 자신감이 최근 특히 야권통합후 김대표의 정치행보를 더욱 신중하면서도 유연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정치일생중 세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92년 대권도전을 위해 지금까지 자신의 정치적 굴레로 작용해온 지역성과 강성이미지,레드콤플렉스로부터의 탈색을 위해 무진 노력을 다하는 것도 이런 가능성을 보기 때문이다.
그는 보수와 혁신사이의 중도정치인임을 주장하며 어느때보다 대화와 타협정치를 강조하고 폭력 배격의 온건주의를 부르짖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익을 위해 정부여당을 지지할 것은 소신있게 지원하고,반대할 것은 분명히 반대하며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야당의 선명성을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9월 당내외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야권통합후 처음 열리고 있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당의 날치기통과에도 불구,파행을 막으며 원만한 국회운영을 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바로 이런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국회대표연설은 물론 당무관장에 있어서도 가급적이면 이기택 공동대표에게 양보,스스로 후견인을 자처해 통합당을 「DJ당」이 아닌 전국당으로의 이미지 각인에 힘쓰고 있다.
또한 자신의 강성이미지를 씻기 위해 격주로 「직장인과의 대화」시간을 마련,젊은이들과 얼굴을 맞대고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다.
김대표가 구민주당과 「발가벗기식」으로 모든것을 양보하며 야권통합을 이뤄내고 신중하면서도 유연한 이같은 정치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야권주자로서의 마지막 승부수를 노린 준비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내에 신민,민주계라는 엄연히 다른 정치계보가 존재하기 때문에 김대표로서도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내 여론수렴과정을 거쳐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내에는 객관적으로 아직 「더 나은 인물」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대권후보로 또 나서는데 역풍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김교체를 요구하는 세대교체론의 공감이 폭넓게 확산돼있고,호남의 대표라는 지역적 한계에다 이번에 또 나서면 「대권도전 3수」가 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그도 선뜻 「대통령출마」를 공식화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민주계를 이끌고 있는 이기택 대표가 최근 여러곳에서 민주정당의 전제조건임을 내세워 자유경선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어 형식적 절차로나마 경선과정을 거쳐 민주당의 대권주자가 결정될 수 밖에 없다.
이기택 대표의 경선주장이 김대표와 겨루겠다는 것은 아니고 포스트 DJ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도 총선등이 몰고올지도 모르는 상황변화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여진다.
이기택 대표로서는 당내 정치적 입지강화와 함께 통합당이 「DJ당」으로의 흡수통합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입증하기 위해서도 경선을 주장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김대표도 호남당이미지 탈색을 위해서는 경선이라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렇게 될 경우 어떤 형식이든간에 김대표와 이대표의 경선절차는 불가피한 실정.
민주계의 한 관계자는 『야권통합효과를 극대화하고 민주정당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도 정정당당하게 경선해야 한다』며 『그러나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결과에 승복하고 분열이 아닌 화합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김대표가 진정한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당장 내년 3월로 예정된 총선승리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 그가 처한 정치현실이다.
그의 대권고지로의 항해는 자칫 총선의 결과가 참패로 나타난다면 크게 흔들릴 수 있고 그 이후 있을지 모를 내각제개헌의 걸림돌에 좌초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런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김대표 자신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아직은 대권주자로 나서겠다는 말을 삼가고 있는 상태다.
국민여론과 당의 결정,총선후 정치상황에 따르겠다는 유보적인 태도다.
그는 단지 가는곳마다 『노대통령은 아직 내각제개헌의사를 버리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총선승리의 전략으로 정·부통령제개헌도 고려하고 있다.
그만큼 그의 탄탄한 대권가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14대총선 승리는 필연적인 것이다.
민주당이 그리고 있는 총선승패의 분기점은 개헌저지선(2백99석이면 1백석)을 넘는 의석확보다. 민주당이 이 선을 확보하면 DJ는 대권주자로서의 위치가 확고해지고 92년 선거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정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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