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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국악인' 뮤지컬·발레음악 작곡 강상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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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30대 국악 작곡가가 국내 공연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국악의 대중화와 퓨전화를 이끄는 강상구(34.사진)씨다.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고 있는 창작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에서 그는 작곡가 겸 음악 감독, 그리고 오케스트라 지휘까지 1인 3역을 소화하고 있다. 이 작품은 '명성황후'의 대를 이을 만한 대형 역사 뮤지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강씨의 웅장하면서도 수려한 선율은 "한국 뮤지컬에서도 기억에 남는 아리아가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란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그에게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 작곡상을 안겨줬다.

4월 중순 시작하는 비보이 공연 '피크닉'에서는 작곡도 맡았다. 넌버벌 퍼포먼스(비언어극) '점프'를 만든 제작사 '예감'이 만드는 이 공연은 국내가 아닌 영국 런던 피콕극장에서 첫 무대를 올릴 예정이다. 지금껏 국악만 만들던 그가 비보이 공연의 작곡을 맡았다는 것은, 그의 폭 넓은 음악성을 잘 보여준다. "국악이 아닌 힙합 음악을 만들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그러나 그는 딱히 음악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피아노를 친 게 전부다. 여느 중고생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음악 애호가일 뿐이었다. 그러다 고1때, 처음 음악을 작곡했다.

"그냥 피아노 앞에 앉았는데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느낌뿐이었어요. 코드가 뭔지, 화성이 뭔지도 모른 채 무작정 피아노를 치고 그걸 악보로 옮겼죠."

'소년 강상구'가 이때 만든 음악은 10여년이 지난 후 해금 연주자 정수년(43)씨에 의해 재발견된다. 2001년 음반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의 동명 타이틀곡으로 발표된 것. 이 음반은 국악으론 드물게 4만여장이 팔려나갔다. "해금과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어야 했는데, 문득 고1때 쓴 작품이 떠올랐어요. 고등학교 시절엔 해금이 무슨 악기인지도 몰랐는데…."

하지만 집안의 반대는 만만치 않았다. 홀어머니와 두 형은 "예고에서 날고 기는 선생들에게 레슨을 받아도 가기 힘든 음대를 네가 갈 수 있겠느냐"며 반대했다. "저도 포기했죠. 근데 재수를 해도 낙방을 하니 집에서도 두 손 드시더라고요. 삼수 때 생전 처음 음악 레슨이란 걸 받았죠."

중앙대 한국음악과에 진학한 뒤 그의 재능은 비로소 빛을 발했다. 3학년때 국악 재즈 음악 '젊음에 부치는 풍경'으로 대학 국악제 우수 작곡상을 받았고, 국악을 활용한 발레음악도 내놓았다. 최근엔 애니메이션과의 접목, 최초의 가야금.아쟁 퓨전 음반 제작 등으로 프로듀서 영역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국악에만 갇혀 있고 싶진 않아요. 록음악에서 트로트까지 어떤 것을 하던 '새롭다'라는 말을 듣고 싶을 따름입니다."

글=최민우 기자<minwoo@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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