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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왜 잇따라 무능 공무원 퇴출 나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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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시가 무능 공무원 퇴출 방침을 정하자 근무 태도가 확 달라져 평소 낮에도 붐비던 구내 이발관이 한적해졌다. [중앙포토]

울산에서 시작된 무능 공무원 퇴출 바람이 서울을 거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되고 있다. 무능 공무원의 퇴출 배경과 관료제 조직의 장단점, 개혁 방안 등을 공부한다.

◆줄 잇는 공무원 퇴출과 그 배경=울산시는 지난 1월 무능하거나 태만한 5~6급 공무원 4명을 골라 단순 노무 작업에 투입하는 인사 개혁을 단행했다. 서울시도 다음 달까지 올 상반기 정기인사 대상의 3%인 270여 명을 퇴출 후보로 가려낸다. 서울시는 이런 인사를 매년 상.하반기 정기인사 때마다 실시할 계획이다.

울산과 서울시의 사례를 따라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무능.태만 공무원 퇴출 인사에 동참하는 곳이 늘고 있다. 공무원 신분 보장을 피난처 삼아 무사안일한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

무능 공무원 퇴출 배경은 신분이 보장된 직업공무원제도와 관료제의 역기능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는 직업공무원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젊은 인재를 최하위 직급에 임용해 단계적으로 승진시키며 정년 퇴임할 때까지 근무하도록 하는 인사 행정제도다.

공무원의 신분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이유는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안심하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무원의 임기를 정권 퇴진 시기와 같게 할 경우 자신의 퇴임 뒤 안위를 걱정해 권한을 남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분 보장 제도는 지금까지 '신분 보장'에 무게가 실려 공무원들이 자기 계발에 소홀하고 무사안일주의와 복지부동에 빠지는 역기능을 빚었다.

공무원 조직과 운용의 골간인 관료제의 역기능도 무능과 태만을 부채질한 요인이다. 관료제의 분업 구조는 업무 처리에 효율적인 면도 있지만 개인의 창의성 발휘를 막는다. 그리고 관료를현상 유지에만 급급하며, 업무를 기획하고 끌어가는 능동적 주체가 아니라 규칙과 절차만 지키는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공무원 퇴출, 찬반 엇갈려=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13일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무능.태만한 공무원에 대한 의무 퇴출 계획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3.8%로, '잘못된 조치'라는 응답 16.3%의 4배 가까이 됐다.

중앙인사위원회 관계자도 "공무원에게 신분의 척도인 계급을 부여하고 일정한 경력을 쌓으면 계급을 상승시키면서 신분을 보장해 왔던 기존의 인사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무능 공무원 퇴출은 법에 보장된 공무원의 신분 보장을 없애고 직업공무원제의 근간을 흔들려는 것으로, 무능한 공무원을 퇴출하는 것처럼 포장해 고위직이나 자치단체장의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들을 객관적 기준 없이 관리하고 퇴출시키려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외국의 공무원 개혁 사례=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경쟁을 통한 작고 효율적인 정부 구현'을 목표로 무능.태만 공무원 개혁을 오래전부터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 당시인 1992년부터 국가성과평가위원회(NPR.National Performance Review)를 구성해 정부 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98년까지 연방공무원 35만 명을 줄이며 공무원 조직에 민간의 경영혁신기법을 도입했다. 일본은 2001년 1월 정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22개 부처를 12개로 줄였다. 공무원 수도 10년 동안 25%를 감축하기로 했다. 공무원 인사제도도 개혁해 연공서열을 철폐하고 민간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뉴질랜드는 88년부터 행정운영제도를 개혁하면서 공무원과 지방정부 수를 대폭 줄이고, 성과급제를 전제로 일부 공무원을 계약직으로 공개 채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장순욱.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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