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지금 '중·일 전쟁'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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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입지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무역.산업기술 등 경제뿐 아니라 우주개발이나 외교 분야, 해외 자원확보 전쟁에서도 샌드위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문제를 3회 시리즈로 집중 분석했다.

◆중국의 야심찬 우주계획=중국이 한반도 상공을 포함해 우주 공간으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 가고 있다. 유인우주선은 5년 새 세 번씩이나 쏘아올린다. 당장 9월께 달 탐사 우주선인 '창어(嫦娥) 1호'를 발사한다. 내년에는 세 번째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7호를 쏘아올릴 계획이다. 2009년엔 러시아와 공동으로 화성 탐사선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달 착륙을 추진 중이고 태양계 탐사도 구상하고 있다. 유인우주선은 11차 경제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10년까지 네 번째가 될 선저우 8호를 발사하고, 그 뒤에 두 번 더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불로장생 약을 훔쳐 달로 도망갔다는 '창어 설화'를 첨단 우주 기술로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GPS)'에 맞서는 독자 시스템인 '베이더우(北斗)' 구축 작업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2000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4기의 항법위성을 발사한 중국은 내년까지 아시아 전역을 포괄하는 베이더우 계획을 마칠 계획이다. 군사용과 민간용 두 갈래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한반도의 군사시설까지 샅샅이 파악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본, 소행성 탐사에도 성공=일본은 지난달 24일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레이더 2호기를 발사해 400~600㎞ 상공의 궤도에 안착시켰다. 광학 위성 2기, 레이더 위성 2기를 합쳐 '위성 4기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이로써 한반도는 물론 지구상의 구석구석을 24시간 안에 촬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은 위성정보를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우주기본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민당 의원입법으로 추진되는 이 법안은 게이단렌(經團連) 등 일본 재계의 지원도 받고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최근 또 하나의 개가를 올렸다. 수년 전 쏘아올린 무인우주 탐사기 '하야부사(일본어로 매란 뜻)'가 소행성 '이토카와' 표면에서 채취한 시료를 어렵사리 지구 귀환용 캡슐에 옮겨실은 것이다. 이토카와는 지구~달 거리의 800배나 되는 곳에 떨어져 있는 아주 작은 행성이다. 이젠 무사히 돌아오는 일만 남았다. 올 여름에는 달 탐사선 '세레네'가 가고시마의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1990년 발사된 12kg짜리 초소형 달 탐사기인 '히텐'이 달 궤도 진입에 만족했다면 14종류의 관측기기들을 탑재한 '세레네'는 달 표면은 물론 내부구조까지 분석한 자료들을 지구로 전송하게 된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미국 아폴로 계획 이후 가장 우수한 달탐사기"라고 자부한다.

중국과 일본이 달 탐사에 적극적인 이유는 2004년 미국이 '신 달탐사 구상'을 발표한 데다 유럽과 인도 등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우주기구는 2003년 '스마트 1호'를 발사했고, 인도는 2008년 초 '찬드라얀 1호'를 쏘아올릴 예정이다.

◆한국은 우주 초등생=한국은 이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우주센터를 짓고 있다. 로켓 제조는 여전히 러시아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우주 개발 역사가 우리는 10년인 데 비해 일본과 중국은 약 40년에 이른다. 중.일의 우주 기술이 대학생 수준이라면 한국은 초등학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베이징=예영준.장세정 특파원 서울=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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