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신발가게는 '블루오션' 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ABC마트코리아는 요즘 유통업계에서 유행하는 '카테고리 킬러'라는 업태로 성공한 대표적인 업체다. 카테고리 킬러란 특정 장르의 제품만 대량으로 구비한 전문 매장을 일컫는다. 한 매장에 여러 종류의 상품을 진열해놓고 파는 백화점이나 할인점과는 대비되는 업태다. 여러 브랜드의 전자 제품을 파는 하이마트, 인테리어 등 가정용품을 다루는 영국의 B&Q, 화장품 편집매장 토다코사 등이 대표적 예다.

ABC마트는 자체 브랜드인 반스.호킨스는 물론 나이키.아디다스.푸마 등 세계 40여개 스포츠.캐주얼화를 한데 모아 파는 대형 신발 전문점이다. 2002년 12월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1호점을 낸 뒤 5년 만에 직영점 27곳과 백화점 매장 6개, 대리점 3개, 온라인 쇼핑몰 1개 등을 거느릴 정도로 고속 성장했다. 매출도 2004년 300억원에서 2006년 64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경상이익의 증가폭은 2004년 23억원에서 2006년 84억원으로 늘었다. 국내 제화업계 1위인 금강제화가 '레스모아 메가 스토어'를, 이지스포츠가 '풋웨어 익스프레스' 등을 열고 ABC마트코리아를 쫓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대표적인 굴뚝 산업 제품인 신발에서 어떻게 이런 실적을 낼 수 있었을까. 이 회사 안영환 사장(사진)은 "사실 매장마다 신발 가격이나 품질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사람을 많이 모으고 구매로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비트 있는 유행곡, 사람 심장 박동보다 약간 빠른 템포의 박수, 특별 세일 시간 때 등장하는 춤 등 매장에 오락적 요소를 도입한 것은 이런 전략에서 나왔다. 안 사장은 "ABC마트의 경쟁 상대는 다른 신발회사 대리점이 아니라 인터넷 게임"이라는 의외의 말을 했다. 주력 소비 계층인 10.20대가 인터넷 게임을 즐기느라 돌아다니지 않으면 신발이 팔리겠느냐는 얘기다.

이 회사의 대주주는 일본ABC마트(지분 51%)다. 안 사장은 특수 관계인과 더불어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 회사의 경영 책임은 안 사장이 떠맡고 있다. 최근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등의 경영 콘텐트를 일본에 역수출하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 ㈜선경 신발 사업부에서 일하던 시절 인연을 맺은 미키 마사히로(三木正浩) 일본ABC마트 회장은 안 사장에게 경영을 전면 위임한 것은 물론 미래 사업전략도 함께 짤 정도로 신뢰하고 있다.

300명에 이르는 ABC마트코리아의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다. 매장 직원도 예외가 없다. 이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입사 3년차 고졸 판매 직원을 점장으로 발탁하는 등 학력과 직종의 벽을 허물고 있다. 안 사장은 특히 올해 점장들과 특별한 인센티브 계약을 맺어 성과에 따라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안 사장은 "매장 수를 늘려 매출을 올리기보다 매장 당 매출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며 "3년 안에 3~4명은 억대 연봉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BC마트코리아가 커지면서 나이키.푸마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관계도 크게 달라졌다. 회사 설립 초기 이들 글로벌 브랜드들은 신제품을 제때 공급해주지 않아 애를 먹이기도 했지만, 요즘엔 이들이 먼저 머리를 숙이고 나올 정도다. 과거 보증금과 월세를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매장을 내주지 않던 서울 중심가의 대형 쇼핑몰들도 요즘엔 저마다 ABC마트를 유치하려고 다툴 정도다.

ABC마트코리아는 내년 하반기 혹은 내후년 상반기 거래소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때까지는 연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률 20%를 이룬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안 사장은 "기업공개로 들어올 돈과 일본ABC마트 자금 등으로 미국 스포츠 유통업체를 인수해 미국 기업 이름으로 중국에 진출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임대 매장을 자가 매장으로 전환하고, 반스.호킨스 등 ABC마트의 자체 브랜드를 활용해 패션.의류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 등도 구상하고 있다.

글=남승률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강욱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