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분당·은퇴 세가지 가능성(민자당의 후계구도/92선거정국: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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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YS 되나 안되나/“탈당은 협박”시간끌기 작전/반YS계/저돌적 추진력 발휘땐 파란/민주계
민자당내 차기 대권후보 문제를 둘러싼 최후의 결전이 다가오고 있다.
그 결전이란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표간의 「청와대 담판」으로 압축되고 있다.
담판은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김대표가 『총선전에 전당대회를 열어 다음 대통령후보를 결정해달라』고 노대통령에게 정치적 결단을 건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말해 노대통령의 의지로 김대표를 대권후보로 지명해 내년 3월초 승계를 위한 임시 전당대회를 개최해 달라는 것으로,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불신임」으로 간주,김대표가 독자행동을 취한다는 것.
오래전에 윤곽이 드러난 이같은 시나리오를 언제 들이댈지의 시기선택을 김대표는 저울질하고 있다. 2일 국회 예산안 통과 이후 김대표의 대청와대 공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그동안의 예측과 달리 내년 1월 중순으로 그 시점을 늦췄다.
서울의 남북 고위회담(12월10일)·개각,내년 1월5일 부시 미 대통령과 뒤이은 미야자와 일 총리 방한 등 굵직한 정치 외교 일정이 예정돼 후계자를 둘러싼 담판시기로 12월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계쪽에서는 어차피 예산이 처리되고 나면 국면은 총선정국으로 넘어가게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관심의 초점도 민자당 후계자문제에 집중될 수 밖에 없어 그와 같은 여론의 흐름을 봐가며 결전의 시기와 방법을 정하겠다는 복안이다.
그속엔 ▲후계자 조기결정으로 총선 필승 ▲노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을 막기위한 여권내 힘의 결집 ▲3월초 전당대회→4월 총선 등 정권 재창출을 위한 나름대로의 논리가 포함돼 있다.
김대표측은 청와대측이 후보 조기가시화 문제를 놓고 ▲총선 이후 ▲5월 전당대회에서 ▲당헌에 따라 결정한다고 흘리고 있는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대통령이 『차기후보 선출은 임기 만료 1년전(내년 2월24일)쯤이 적합하다』고 여러번 공헌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김대표의 민주계 의원 상당수는 『김대표로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으면 총선이 어렵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있으며,김대표 자신도 『총선 이후 후보결정론은 나를 밀어내려는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때문에 김대표는 청와대 담판에서 총선전 지명이냐,아니면 분당이냐의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예고돼 있다. 총선전 지명이 안되면 「중대결심」을 실천에 옮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대표의 「독자 행동」방법에 대해 민정·공화계는 첫째 정치포기,둘째 독자야당 개척,셋째 김대중 민주당 대표와 제휴 등 세가지 방향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포기는 김대표가 3당통합의 정치변신이 좌절됐음을 자인하고 정계를 은퇴하는 것이다.
김대표계의 강경소장파인 강삼재 의원은 『총선 이후 초라하게 밀려날바에야 정계은퇴를 심각히 고려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두고있다.
둘째,독자야당으로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것으로 민주계 의원들을 끌고 집단탈당,「신YS당」을 결성한다는 것.
부산·경남에서 YS 동정심리를 일으키면 지난 13대총선과 유사한 판도를 끌어낼 수 있다고 믿고있다.
부산시 지부장 문정수 의원은 『민주계 의원들은 김대표와 행동통일을 할 것이며 과거 경험으로 미뤄 남아있으면 당선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셋째,김대중 대표와 손을 잡고 「반6공 두김 공동전선」을 만든다는 것. 문민정치의 논쟁을 일으키고 경제실패와 함께 6공의 민주화 실상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김대표가 탈당하게 되면 『국민의 정치감성을 자극,정치사기극 논쟁이 일어날 것』(김덕룡 의원)이며 민자당은 와해되고 총선패배→집권후반기 혼란→정권 재창출 실패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민정계 상당수와 공화계 의원들은 김대표의 극한적 독자행동 가능성에 부정적이며 이를 「협박」으로 보고있다.
이들은 『탈당시기를 실기했다』(이치호 의원),『김대중 대표와는 체질과 서로의 목표로 보아 손잡기 힘들 것』(채문식 고문)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으며,김종필 최고위원은 『김대표는 뛰쳐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대표가 탈당명분을 찾기 힘들며 민주계의 일사불란을 기대하기 어렵고,그의 파괴력이 부산과 경남 일부에 국한돼 영향력이 미약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청와대와 민정계쪽은 YS의 3자택일 승부수를 무마할 수 있다고 믿고있으며 김대표가 「잔류」를 선택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들은 김대표가 결국 후보를 보장해주는 「반결정」과 공천지분 확대를 요구,총선후 결전에 대비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민정­공화계 전략대로 되면 김대표쪽의 승산은 희박하다.
그러나 이번이 김대표에게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과 그의 앞뒤를 계산 않는 저돌적 성격 때문에 탈당 직전의 「벼랑끝 싸움」으로 몰아가 승부를 결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근 김대표쪽의 「대세론」이 다소 주춤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으나 김대표쪽은 일거에 분위기 전환을 위한 비책을 강구하고 있어 그것이 어떤 풍운을 일으킬는지는 불가측이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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