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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오세훈 서울시장 "중랑천·안양천 한강처럼 개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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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공무원 ‘철밥통’을 깨기 위해 3%를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 하위직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만 오 시장은 “공무원 신분보장을 피난처 삼아 안주하는 무사안일의 토양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그를 만나 서울 시정에 대해 물어봤다. 인터뷰는 10일 오전 시장 집무실에서 60분간 진행됐다.

대담=이규연 사회에디터

-시장에 취임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성과를 꼽는다면.

“4년 동안 서울시를 이끌기 위한 정지 작업에 집중했다. 창의 시정을 가능케 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작업이 마무리돼 간다. 공무원들이 그 뜻을 이해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창의 시정을 공고히 하면 시민들이 기대하는 이상으로 변화된 모습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창의 시정의 개념이 와 닿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가 강조한 혁신과 무엇이 다른가.

“혁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선진국, 선진 도시를 보고 배워 왔다. 그러나 좇아만 가서는 서울은 1등이 될 수 없다.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이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무장해야 한다. 일상 업무 속에서 창의력이 발휘돼야 하고 체내에 학습 유전자가 생겨야 한다. 공무원들은 자신의 업무를 어떻게 바꿀까, 어떻게 해야 시민이 행복해질까를 늘 생각해야 한다.”

-불성실하고 무능한 공무원의 퇴출을 선언했는데 대상이나 직급을 확대하나.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질이다. 누가 조직에 암적인 존재인지는 직원들이 잘 안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일하는 직원, 목표 없이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 업무 환경을 나쁘게 하는 사람 등을 정확히 골라내는 게 관건이다. 직원들이 공감하는 사람을 뽑아내는 것에 제도의 성패가 달려 있다. 고위직에 대해서는 1월초 인사 때 이미 신상필벌을 적용했다. 퇴출 대상은 직급의 고하를 따지지 않는다.”

-인사할 때마다 퇴출시키나.

“조직에 긴장감이 생기면, 그래서 일하는 환경이 조성되면 연례화할 필요가 없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취임 초기 “공무원들이 참 열심히 일한다, 고생한다”고 자주 말했는데 강경책으로 선회한 것인가.

“그것은 오해다. 신(新)인사체계에서 인센티브가 페널티보다 훨씬 많다. 70~80%의 직원은 잘 쫓아오는데 무능과 태만으로 일관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필벌(必罰)이 따라야 한다.”

-상암동ㆍ용산ㆍ잠실ㆍ세운상가 자리에 100층 안팎의 초고층 빌딩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상하이ㆍ베이징ㆍ홍콩ㆍ도쿄 등은 초고층 빌딩을 앞다퉈 건립해 랜드마크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시 경쟁력 차원에서 서울도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동시다발적으로 초고층이 올라갈 경우 빈 사무실이 생기는 등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세운상가 자리는 4대문 안이어서 고궁ㆍ문화재와 조화를 이뤄야 하고 도시계획상 90m 이상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건설이 어렵다.”


-강남 지역, 특히 개포지구는 규제가 심해 재건축이 쉽지 않다. 구청과 주민들은 용적률을 올려 달라고 요구하는데.

“재건축을 위해 용적률을 완화할 계획은 없다. 원칙대로 가겠다. 다만 서울시가 구상하는 대로 디자인 개념이 가미된 예쁜 아파트를 지을 경우 용적률과 높이 제한을 풀 예정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분당급 신도시’의 유력한 후보지로 송파 지역이 거론되고 있다. 송파 주변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송파 신도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강북에서 진행 중인 뉴타운이 진척된 다음에 이뤄져야 순서상 맞다.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서울-성남-하남이 하나로 이어진다. 교통체증도 심각해질 것이다. 중장기 대책을 세운 다음 신도시를 건립해야 한다.”

-2월 파업 직전까지 간 버스 노조 임단협 협상에서 버스 노사가 서울시를 협공하는 도덕적 해이가 드러났다. 서울시가 파업 위협에 맞설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해 시민이 부담을 고스란히 안는 것은 문제다.

“시내버스운송사업을 필수 공익사업장에 포함시켜 쉽게 파업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필수 공익사업장이 되면 노동쟁의가 직권중재ㆍ긴급조정 등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도덕적 해이 업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도록 건설교통부에 건의하고 재정 지원도 제한을 두도록 하겠다.”

-동대문운동장에 디자인센터를 건립하기 위해서는 1000명 가까운 노점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안이 매스컴을 통해 나가면 협상에 도움이 안 된다. 서울 시내에 노점상이 많은데 청계천 근처에서 장사했다는 인연으로 이들에게 특별한 혜택이 돌아가면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다만 청계천 복원에 흔쾌히 협조했기 때문에 배려하는 것은 필요하다.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배려하겠다는 의미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카리스마가 있는 반면 오 시장은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3~4년 뒤면 추진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뭔지 시민들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시적인 하드웨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공무원의 마인드를 바꾸는 것, 그것도 유전자로서 만들어내는 작업은 매우 힘들다. 창의적 마인드가 심어져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는 3~4년 후쯤에는 어떤 형태의 리더십이 행정에 적합한지 이해할 것이다.”

-전임 시장은 청계천 복원, 서울광장 조성, 교통체계 개편 등의 업적을 남겼다. 오 시장 재임 중 꼭 끝내고 싶은 사업은.

“5대 핵심 사업, 15대 중점 사업, 471개 단위 사업 모두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중요하다. 중국 강희제가 내세운 ‘불치이치 무위지치(不治以治無爲之治)’가 바람직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다스리지 않는 것처럼 다스리고, 하지 않는 것처럼 다스린다는 뜻이다. 덜그럭거리는 것, 소리 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백조는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물밑에서는 발을 빠르게 움직인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강북을 배제하는 것 아닌가. 중랑ㆍ노원ㆍ도봉ㆍ강북구가 대표적인 강북인데 한강 개발 계획에서 소외되고 있다.

“한강은 한강변에 사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것이다. 오히려 한강변에 사는 사람은 프로젝트로 인해 불편을 느낄 수 있다. 상반기 중에 한강의 구역별 특성을 살린 개발 계획을 발표할 것이다. 그리고 한강에 이어 중랑천ㆍ안양천으로 사업이 이어진다. 도봉ㆍ중랑구 주민이 한강을 보면서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3년 뒤 지방선거에 다시 출마하나.

“지난해 선거 때부터 시장을 8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아파트 하나를 허물고 다시 짓는 데도 7~8년은 걸린다.”

-7년 후 대선에 나서나.

“사치스러운 생각이다. 현재 하는 일에 즐겁게 미쳐 있다. 그 외의 것은 머릿속에 들어올 틈이 없다.”

정리=이원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세훈 시장은 ‘좋은 도시’를 넘어 ‘위대한 서울’을 캐치 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을 1200만 명으로 늘리는 것을 비롯해 강남북 균형개발, 맑고 푸른 서울 만들기, 한강 종합개발 등이 시정의 기본 축이다.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을 지낸 인연으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 녹색 넥타이를 즐겨 매고 만년필 잉크 역시 녹색을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조간신문은 물론 인터넷까지 샅샅이 훑어보면서 민심의 향방을 살핀다. 이명박 전 시장이 앞장서서 조직을 이끌고 가는 중앙집권형이라면 오 시장은 3명의 부시장과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는 ‘집단 지도체제’ 스타일이다.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한다. 이 때문에 색깔이 없고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오 시장은 “나는 개성이 강한 사람이다. 두고 보라”고 강조한다.

1961년 생으로 서울 대일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16대 국회의원(한나라당ㆍ서울 강남을)과 법무법인 ‘지성’의 대표변호사를 지냈다. 저서로 『가끔은 변호사도 울고 싶다』, 『미국 민사재판의 허와 실』 등이 있다. 가족으로 동갑내기 부인 송현옥(宋賢玉ㆍ45ㆍ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씨와 2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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