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사진을 위해 금기와 싸운 그녀의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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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다이앤 아버스

퍼트리샤 보스워스 지음

김현경 옮김, 세미콜론

464쪽, 2만5000원

유대인 부호의 딸로 태어나 48세에 칼로 손목을 그어 자살하기까지 이 여성의 일생은 '금기와의 싸움'이었고 논란의 연속이었다. '현대 사진의 신화'로 불리는 다이앤 아버스(1923~71). 키가 2m40㎝가 넘는 유대인 거인과 보통 키의 부모, 센트럴파크 안에서 손에 장난감 수류탄을 들고 선 비정상적으로 깡마른 꼬마, 호텔 방에 벌거벗은 채 앉아있는 난쟁이, 복장도착자 등 그의 시선은 늘 '기괴하고 불건전한 것'에 머물러 있었다. 오죽하면 별명이 '기형인들의 사진가'였을까.

이 책은 아버스의 첫 전기다. 연극배우 출신인 지은이는 2003년 국내에 번역소개됐던'세계를 매혹시킨 반항아 말론 브랜도'(푸른숲)로 이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작가다. 그는 아버스가 패션사진을 찍던 시절 모델로 만난 인연으로, 주변 인물 200여 명의 인터뷰에 기초해 아버스의 일생을 촘촘하게 모자이크했다.

책에 소개된 아버스의 면면은 '신화'라는 단어로 포장되기에 충분하다. 아니, 신화 이상이다. 그의 배경이나 생활은 탄탄하고 드라마틱했다. 동시에 내면은 불안정하고 쉴 새 없이 흔들렸다. '유대인 공주님'으로 불리며 재능을 반짝였던 어린 시절, 4년 간의 열애 끝에 18세 때 배우지망생이자 사진작가인 남편과 결혼한 일, 패션사진을 찍다 1960년대로 접어들면서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펼치게 된 과정 등이 큰 지루함 없이 읽힌다. 국내에는 크게 알려진 인물이 아님에도 풍부한 예화를 동원하는 섬세한 인물 묘사가 독자를 빨아들이는 덕분이다.

특히 영화 '쥘과 짐'의 여주인공 카트린처럼 분방한 연애를 하면서도 정작 변심한 남편에게는 배신감을 느끼는 이중성이나, '아기를 볼 때면 기분이 묘해져!'라며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에 대한 소외감을 표출하는 대목에서는 자신도 일생 동안 주체할 수 없었던 '끼'가 그대로 전해져오는 듯하다. 그 '끼'는 "나는 내가 찍지 않으면 아무도 보려고 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정말로 믿는다"던 아버스의 소신, 나아가 비난과 찬사가 늘 엇갈렸던 그의 작품과도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아버스의 유산관리자 측이 허락치 않은 탓에 정작 그의 작품이 실리지 않은 점이 아쉽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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