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학년도 선택형 수능 미리 치러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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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지역 9만8천여명의 현 고2 학생들이 4일 내년부터 체제가 크게 바뀌는 선택형 수능 방식대로 예비 수능시험을 치렀다.

오전 10시10분. 시험장에 입실한 지 세시간 만에 일산 백석고 시험장 응시생 9백2명 중 18명이 1교시 언어영역시험만 치고 교문을 나섰다.

이들은 "예체능 쪽으로 가기 때문에 언어만 본다"며 좋아했다. 2교시(수리영역)시간에 2층 강당에 마련된 대기실에서는 수리 영역을 응시하지 않는 학생 1백20명이 교과서를 보며 공부를 하거나 재잘거리며 떠들었다. 김포 통진종합고 2학년 최지은(17)양은 "어문계열로 가는 데 수리가 필요하지 않다"며 "필요없는 시험은 안 봐도 되니까 좋다"고 말했다.

모든 영역의 시험을 다 봐야하는 현행 수능 방식과 달리 원하는 영역만 골라보는 선택형 수능 체제에 학생들의 적응력은 빨랐고 반응도 좋았다. 백신고 2학년 김해리(17)양도 "나에게 맞는 시험"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감독 교사들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었다. 4교시 탐구영역 시간이 되자 감독교사 한 명이 무게만 수십㎏이 되는 문제지와 답안지를 질질 끌고 들어왔다. 직업탐구 영역의 경우 교사 한명이 옮겨야 할 문제지만 2천3백여쪽에 달했다.

시험장본부 대표 한일순(韓一順)교감은 "문제지를 옮기느라 팔이 빠질 정도"라며 "감독교사들이 신경써줘야 할 부분이 현행 수능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교시마다 귀가를 위해 빠져나가는 학생, 대기실에 있다가 고사장으로 들어오는 학생을 일일이 체크해야 했다. 4교시의 경우 30분마다 울리는 벨소리에 맞춰 잠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시험지를 배포하고 시험 시작을 알려야 했다. 탐구 영역의 경우 학생들이 1~4개 과목을 선택해 치르기 때문에 30분씩 시차를 두고 응시토록 했다.

백석고의 경우 사회탐구 영역만 치렀기 때문에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이날 사회.과학.직업탐구 영역을 함께 치른 31개 고사장(혼합형)의 경우 이런 혼선이 가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교육청의 박세영 장학사는 "시차 응시, 대기실 마련 등으로 수험생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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