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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기피」 수사/제정갑 전국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프로야구 선수들의 병역기피혐의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소리만 요란하다가 별다른 실적없이 일단락됐다.
경찰은 선수·의사들을 모두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풀어주고 단지 브로커1명만 구속하는데 그쳤다.
경찰은 아직 구체적 증거를 찾지못한 것이지,수사를 중단한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그동안 수사결과,그리고 검찰의 수사지휘를 보면 몇가지 강한 의혹이 생긴다.
먼저 선수들이 1인당 5백만원에서 3천만원씩이나 브로커에게 건네준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어떻게 선수들에 대한 구체적 혐의를 잡지 못했다고 하는가하는 점이다.
경찰의 설명은 『돈을 준 사실은 확인됐으나 그로인해 허위진단서나 병무관계의 조작등 실제적 결과가 드러나지않아 혐의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로야구라는 힘든 운동생활을 직업으로 삼는 「비범하게 건강한」선수들이 신체검사에서 보충역이나 병역면제까지 받은 사실은 상식밖의 일이며 거액의 돈이 오간 대목과 연결지어 볼때 간단히 넘어갈 사안이 아님은 명백하다.
특히 브로커가 의사에게 7백만원을 건넨 사실이 밝혀졌으나 이 뇌물이 진단서 발급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설명도 이해될 수 없는 부분이다.
또 경찰 수사도중 느닷없는 검찰의 「무혐의 석방」수사지휘는 강한 의문이 제기되는 점이다.
경찰이 구속영장도 신청하기전에 지휘품신도 올리지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검찰의 수사지휘는 이례적인데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경찰측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건수사는 투서나 첩보에 의했던 경찰이 병역문제와 관련해 거액의 돈이 오간 명백한 물증을 갖고 수사에 착수했던 것인데 검찰·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상반된 주장을 하는듯이 보이고 수사상 초보적인 의문마저 풀리지않는데 대해서는 「외부의 입김」이 개재되지 않았나하는 또다른 의혹마저 자아낸다.
프로야구가 인기스포츠일망정 신성한 국민의 의무인 병역의무를 저버리는 행위가 있다면 수사당국은 마땅히 메스를 가해야한다. 병역의무에 대해 국민의 의혹과 불신이 생긴다면 그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덮어버릴 수 없는 심각한 사회병리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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