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3년 산고 거쳐 45만 단어 수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우리말 큰사전』발간 산파역|한글학회 조재수 책임연구원>
한글학회에서 펴내는 우리말 큰 사전의 첫 권이 다음달 중순 선보인다. 국내 최대인 45만 단어를 자랑하는 이 사전은 한글학회가 지난 68년부터 작업을 시작, 23년 만에 결실을 보게된 대작이다.
이 대역사의 실무주역인 한글학회 사전편찬실의 조재수 책임연구원(50)은 『더욱 좋은 사전을 만들 수 있었는데 하는 불만이 남는다』면서 『그 어렵고 길었던 세월을 이번에 1차적으로 마무리짓는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어대 독어과 출신인 그는 지난 69년 28세의 나이로 한글학회에 연구원으로 들어가 22년간 사전편찬 작업에 외곬으로 매달려 왔다.
한글학회 사전 편찬실 그의 휘하에는 주로 30명의 대학원 출신 연구원이 막바지 교정작업에 열중하고 있으나 68년 그가 들어올 당시에 학회에 있었던 연구원 10명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조씨 한 명뿐이다.
큰 사전을 만들기 위해서 그동안 자료카드 1백만장, 단어카드 65만장이 작성됐고 그중 45만 단어가 선택됐으니 조씨는 이 자료의 작성·선별·정리·보관의 산 증인이다.
그는 자신의 실무경험을 살려 지난 84년엔 『국어사전 편찬론』, 86년엔 『북한의 말과 글』이란 저서를 내 이 분야의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그는 큰 사전 편찬을 위해서는 국어조사팀, 조사된 말의 심의기구, 편찬 실무기구 등 적어도 3가지 기구가 동시에 운영돼야 하나 그렇지 못한 실정이 출판을 늦어지게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오는 1월까지 모두 4권이 완간될 큰 사전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어떤 큰 사전보다 풍부하고 좋은 체계와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심을 표시했다.
그는 이 사전의 특징은 단어의 풀이를 기존의 내용을 답습하지 않고 전면적으로 다시 썼고 우리 문학작품 가운데서 적절한 예문을 골라 인용했으며 그동안 다루지 못했던 전국의 방언과 고어를 풍부히 삽입한 점이라고 밝혔다.
특히 방언은 북한의 조선말 사전 등을 참조해 전국의 방언을 망라했고 이것은 앞으로 통일 후 우리말 사전 편찬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전의 마지막 권인 4권에서는 고어와 이두를 수록해 우리말의 뿌리를 알 수 있도록 했다고.
그는 이 사전이 완간되고 나면 곧바로 증보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작은 사전, 비슷한 말사전 등도 준비해나갈 생각이다. <조현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