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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종합高서 '수능 반란'…돌풍 일으킨 익산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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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농촌 지역의 한 작은 고등학교가 올 수능시험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비평준화 지역인 전북 익산시 금마면의 익산고교가 올해 수능에서 전북지역 전체 수석(3백92점)과 예체능계 수석(3백57점)을 한꺼번에 배출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전교생이라야 고작 5백여명, 그나마 일반계는 한 학년당 3개반(90여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가 대규모 도심 학교보다 월등한 결실을 본 것이다.

대부분의 시골 학교가 그렇듯, 이 학교 역시 인문계와 실업계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종합고교다. 다만 입시 준비를 돕기 위해 한 학년에 1개씩의 인문계 영재반을 따로 운영하는 게 다른 점이다.

이 학교 3학년 영재반(29명)학생들의 올해 평균 수능점수는 3백20점대. 전국의 63만여 수험생 중 상위 2등급(15%) 이내에 드는 발군의 성적이다.

이 같은 고득점은 대부분의 재학생이 농촌의 어려운 가정 출신이라는 역경을 딛고 얻어낸 것이어서 더욱 값있어 보인다.

전북 수석을 한 高모군은 김제시 덕암면에서 홀어머니가 날품을 팔아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3백63점을 얻어 서울대 사회학부에 도전할 예정인 姜모군은 아버지가 어려운 석공일로 자녀들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이 학교 영재반에 선발된 학생들은 3년 동안 단 한푼의 학비도 내지 않는다. 기숙사도 무료다. 매년 10여명의 우수학생에게는 한달 동안 호주나 미국 등에 대한 해외 어학연수라는 특전도 주어진다. 서울대나 연.고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는 입학금과 1학기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이처럼 알찬 교육과정과 풍부한 장학 혜택이 가능했던 것은 이 학교 설립자인 고(故)지성양(전 신흥증권 회장)이사장이 1999년 1백50억원이라는 거금을 장학기금으로 쾌척했기 때문이다.

이 기금으로 익산고 측은 주로 농촌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을 매년 30명씩 장학생으로 선발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해주고 있다.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끼리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다 보니 성취 동기가 유발돼 경쟁하는 분위기도 생겨났다. 재학생들이 밤을 새워가며 공부하는 건 예사라고 한다.

이들 영재반 아이들의 면학 열기가 학교 전체로 퍼져 일반 학생들의 수능 성적도 지난해보다 평균 30점 이상 높아지는 시너지 효과까지 났다.

이 같은 소문이 퍼지면서 전북 도내 우수학생들이 이 학교로 몰리고 있다. 올 신입생의 경우 30명을 모집했는데 1백여명이 몰려 3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개교 36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대 입학생(1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최인호 교장은 "교사들의 열성과 학생들의 의욕, 재단 측의 지원 등이 3위1체로 어우러져 좋은 결과를 일궈내고 있다"고 말했다.

익산=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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