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칫하던 가계 빚 사상 최대로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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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사로부터 빌린 가계 빚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극심한 소비위축으로 신용카드 등을 사용한 물품 외상구입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협, 새마을금고, 농.수협 등의 2금융권 대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7~9월) 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가계 빚을 나타내는 가계신용(가계대출+물품 외상구입) 잔액은 4백39조9천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6월 말보다 0.2%(8천6백13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전분기 중 4년여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던 가계 빚이 다시 증가세로 반전됐다.

이에 따라 가구당 빚은 2천9백21만원으로 3천만원대에 육박하며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회사에서 이미 손실 처리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은행.카드사의 불량 연체채권을 합할 경우 가구당 빚은 이미 3천만원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가계 빚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가계대출 억제조치로 은행 대출 증가폭이 전분기 9조6천5백억원에서 8조8천5백억원으로 둔화됐지만 신협 등에서의 대출이 3조5천억원에서 4조9천억원으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신용카드사.할부금융사 등 여신전문 금융사 등을 통한 대출은 전분기보다 6조8천억원이 줄어들었다.

9월 말 현재 여신전문 금융사의 대출 잔액은 39조3천8백억원으로 지난해 말(57조1천억원)에 비해 17조7천2백억원이나 감소해 카드사의 영업위축이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줬다. 소비위축과 신용카드사의 신용한도 축소 등으로 외상물품구입(판매신용)도 3분기 중에 6조1천억원이나 줄어 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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