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근로시간과 근속기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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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산업체·민간단체가 새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한 일 더하기 운동의 필요성을 새삼 절감케 하는 자료가 노동연구원의 분석으로 나타났다.
88년부터 꾸준히 줄어든 근로시간이 금년은 작년보다도 1.9시간이 줄어 0.9%의 감소율을 보였다. 초과 근로시간은 88년에 월31.2시간이던 것이 올해에는 26.9시간을 기록하면서 무려 4.2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자원과 자본·기술이 모자라는 나라에서 근면과 성실 하나로 오늘의 경제 기적을 쌓았다는 자부감이 지난 3년동안 와르르 무너지는 징표를 우리는 숫자로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턱없이 근로시간만 늘린다 해서 작업의 능률과 상품의 질을 향상시킨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근로시간이 줄었다면 노동의 강도나 생산성이 향상되어야 뭔가 달라지고 개선되었다는 희망을 지니지만 노동의 내용 또한 저하되고 있다는데 더 큰 문제를 안겨준다.
지난 3년간 임금상승이 26.7%로 고성장했음에도 노동의 질은 제품의 불량률 6.1%를 기록하고 있고,생산성은 아직도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격차로 벌어지고만 있다.
결국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근로의욕도 감퇴되었고 노동의 질 또한 지속적으로 저하되었음을 통계 숫자가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근로의 형태가 양과 질이라는 두측면에서 모두 하강곡선을 긋기까지에는 국제환경의 급속한 변화와 국내의 정치불안·노사갈등이라는 요인들이 크게 작용했음은 두루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이러한 외부적 환경의 변화와 불안이 이젠 점차 제거되고 안정화되어 가는 시점에서 산업체 내부의 노동구조가 어떤 변화의 조짐을 보일 것인가 향후 우리 경제의 사활을 가늠하는 중요 변수가 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최근 일기 시작한 산업체 현장의 일 더하기운동 확산추세에 큰 격려와 기대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 내부의 구조를 살펴보면 낙관만 할 수 없는 또다른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일을 기피하는 풍조와 함께 직장을 바꾸는 횟수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높다는 사실이다. 근로시간이 줄고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를 간접적으로도 반증하는 이 자료에 따르면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가 3.2년이고 25년이상 장기근속자의 비율은 6.2%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근속연수가 8∼10년이고 일본의 장기근속자 비율이 72%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우리 노동의 낮은 질이 빈번한 노동이동에 있다는 사실을 더욱 실감케 된다.
결국 노동의 양과 질을 함께 높이는 길이란 일 더하기운동이 전 산업체에 확산되어야함과 동시에 한걸음 더 나아가 일을 더 할 수 있는 작업환경의 개선 및 평생직장의 신뢰도를 기업주가 제시하는 상호 교감의 풍토가 병행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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