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들 때 의심해 볼 8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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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펀드는 누가 굴리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파느냐도 중요하다. 한국펀드평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사들이 판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회사별로 최고 12%포인트 차이가 났다. 판매사만 잘 골라도 투자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물론 어떤 상품을 팔았느냐에 따라 판매사별 평균 수익률이 달라졌겠지만, 국내 투자자의 대부분이 판매 직원이 권유해 주는 상품에 가입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판매 회사 선택은 운용사 선택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렇게 판매 회사가 중요한데도 판매사들은 그간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한국투자자교육재단은 15일 '이런 판매사는 피하라'는 8가지 원칙을 내놨다. 이 재단 박병우 사무국장은 "전적으로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했다"며 "좋은 판매사를 선택하는 게 투자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 곳은 투자신탁안정기금의 잉여 재산(400억 원)을 펀드투자 교육에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판매 회사와는 이해 관계가 없는 곳이다.

◆고객의 이익은 뒷전=고객의 이익보다 회사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곳은 피해야 한다. 판매사가 직원별로 할당을 주고 펀드 가입 캠페인을 벌이는 경우가 있다. 일단 목표량은 채워야 하기 때문에 덮어놓고 팔기에 급급하다. 이 때 주로 미는 펀드가 계열 운용사 상품이다. 아무리 경쟁사의 펀드가 괜찮더라도 아예 취급조차 않는다. 국민은행이 신한BNPP운용의 펀드를, 마찬가지로 신한은행은 KB자산운용 펀드는 안 파는 식이다.

'팔은 안으로 굽기' 식의 펀드 판매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고객의 수익이 아닌 판매 수수료를 고려한 펀드 권유다. 지난해 말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수료가 싼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판매하는 펀드는 하나도 없었다. KB자산운용 이원기 대표는 "수수료가 싼 인덱스 펀드는 판매사에서 잘 팔아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단 팔고 보자=제대로 설명은 않고 팔고 보자는 판매사는 가장 경계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투자 설명서를 찬찬히 읽을 시간도 안 주고 무조건 서명하라는 판매사다. 그런데 이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지난해 7~8월에 걸쳐 한국펀드평가가 투자자 17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22.16%가 약관.투자설명서를 받지 못했고, 16.46%는 투자 관련한 설명조차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5분도 설명 않고 "동그라미 친 데 서명만 하면 된다"는 식이라면 당장 자리를 떠야 한다. 투자는 결국 본인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투자 설명을 못 들어도 자필 서명을 했다면 책임은 투자자에 있다고 결정한 바 있다. 또 수익률만 좋은 펀드를 권유하는 곳도 피해야 한다. 수익률은 과거의 수익률이지 미래의 수익률이 아니다. 고객의 재무 상태도 고려 않고 무조건 펀드를 추천하는 곳은 자산 관리의 기본도 모르는 곳이다. 펀드 판매자는 '모르는 게 죄'다. 상품 특성도 모르면서 파는 판매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리스크를 고려 않고 유행하는 펀드만 추천하는 곳도 경계 대상이다. 사람들이 몰릴 때가 꼭지인 경우가 많다. 실적만 생각해 '몰빵' 투자를 부추기는 곳도 안 된다. 투자의 기본 원칙인 '분산 투자'를 조언하는 곳을 택하라는 게 재단의 충고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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