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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안 먹을 순 없고 … 5대 흰색 식품 덜 먹거나 대체 식품 섭취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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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민족'인 우리 국민은 청결.순수를 뜻하는 흰색을 유난히 좋아한다. 한방에서 흰색은 음양오행의 금(金)에 해당한다. 폐.기관지 등 호흡기와 관련 있는 색으로 친다. 도라지.무.콩나물 등 흰색 식품을 호흡기가 약한 사람에게 처방하는 것은 이래서다. 흰색 식품 중엔 웰빙 식품이 수두룩하다. 버섯.콩.양파.마늘.무.순무.배추.양배추.당귀.우유.요구르트.굴.멸치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흰색이라고 해서 모두 건강에 유익한 것은 아니다. 흰 쌀밥.흰 밀가루.소금.인공 조미료.설탕 등 '5백(五白) 식품'은 가능한 한 섭취를 줄여야 한다.

#흰 쌀밥 → 현미밥

영양학자에게 흰 쌀밥은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한다. 현미(왕겨를 벗겨낸 쌀)를 10번 이상 도정한 결과'영양 덩어리'인 껍질.씨눈이 다 떨어져 나간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흰 쌀밥의 인기는 곡류 중 으뜸이다. 밥맛이 좋고 소화가 잘 돼서다. 그러나 3세 이상의 어린이와 소화에 문제가 없는 노인에겐 현미밥이 권장된다. 식이섬유가 부족한 흰 쌀밥을 먹으면 혈당이 금세 오른다. 소화.흡수 속도가 빨라서다. 반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현미밥을 먹으면 혈당이 서서히 오른다. 혈당을 얼마나 빠르게 올리는가를 나타내는 당지수(GI)가 백미는 84, 현미는 56이다. 당뇨병 환자에게 현미밥을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현미밥은 변비 예방에도 유효하다. 현미의 식이섬유가 음식의 장 통과 속도를 단축시키기 때문이다.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는 "현미밥을 소화시키려면 충분히 씹어야 한다"며 "이런 저작 활동은 뇌를 자극해 치매를 예방하고 '구강 위생제'인 침 분비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흰 밀가루 → 통밀 가루

제분 과정에서 영양이 농축된 밀배아와 색소가 떨어져 나간 식품이다. 원래 밀가루는 오래 두면 노랗게 변한다. 카로틴.플라본 등 색소 탓이다. 이 두 색소를 파괴시켜 하얗게 탈색시킨 것이 흰 밀가루다.

흰 밀가루로 만든 빵은 소화.흡수가 잘 돼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킨다. 식빵과 바게트빵의 GI는 각각 91,93에 달한다. 반면 호밀빵(55).오트밀(55).통밀빵(50)의 GI는 훨씬 낮다. 흰 밀가루의 대안은 통밀 가루.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메밀가루.콩가루 등 다른 곡류 가루와 함께 사용하면 맛.영양.소화 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고 조언했다. 검은빛이 도는 통밀 가루는 밀가루에 비해 가격이 약간 비싸다. 유통기한이 짧다. 껍질에 든 지방.단백질이 산화되기 쉬워서다. 1㎏ 이상의 대포장보다 500g짜리 소포장 제품을 사 한 번에 조리해 먹는 것이 현명하다.

#소금 → 저나트륨 소금

하루 권장량은 6g 이하. 그러나 우리는 매일 15~20g을 섭취한다. 전통 음식인 국.찌개.김치.젓갈 등에 소금이 많이 들어 있어서다.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손숙미 교수는 "소금을 덜 먹으려면 염도계와 저나트륨 소금을 구입하라"며 "혈압 상승이 우려된다면 채소.과일 섭취를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주문했다. 염도계는 요즘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4만원선). 국의 염도는 0.6~0.8%, 김치는 1.6~1.8% 정도로 맞추는 것이 적당하다. 저나트륨 소금으로 모든 음식의 간을 맞추는 것은 아직 무리다. 뒷맛이 남아서다. 그러나 고기.계란을 찍어 먹는 용도로는 괜찮다.

채소.과일을 추천하는 것은 칼륨이 풍부해서다. 칼륨은 나트륨의 체외 배설을 돕는다. 한국인이 고염식을 하면서도 건강을 유지해 온 것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통해 칼륨을 충분히 섭취해왔기 때문이다.

#인공 조미료 → 천연 조미료

화학조미료의 대표 격인 MSG는 한때 '중국 음식점 증후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무관하다는 연구결과도 여럿 발표됐다). 이 병명은 중국 음식을 먹고 10~20분 뒤 불쾌감.두통.열감.구토감.근육경직.메스꺼움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고 해서 붙여졌다.

MSG의 'S'(소듐)는 나트륨이다. 나트륨은 혈압을 높인다. 'G'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이다. 버섯.육류.김 등 천연 식품에도 존재하는 아미노산으로 적당량 먹으면 건망증 등 뇌.신경 질환의 치료를 돕는다. 그러나 과다 섭취하면 불면증.과대망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다행히도 최근엔 국내에서 MSG의 소비가 계속 줄고 있다. 요즘은 핵산계 조미료(발효 조미료)를 주로 쓴다. 그러나 핵산계 조미료, 맛소금, 일부 인스턴트 식품에도 MSG가 소량 들어 있다.

#설탕 → 자일리톨.올리고당

하루 권장량은 50g 이하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100g가량 먹는다. 설탕을 통해 매일 약 400㎉를 섭취하는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전체 섭취 열량의 10% 이상을 설탕에서 얻어선 안 된다고 권고했다. 설탕을 통해 섭취하는 열량이 하루에 남성은 260㎉, 여성은 210㎉를 초과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설탕이 당뇨병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혈당을 요동치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먹으면 혈당이 빠르게 올라간다. 설탕은 또 치아 건강의 적이다. 충치균의 훌륭한 먹이인 데다 치아에 잘 달라붙어 충치를 쉽게 일으킨다. 치아 건강이 걱정된다면 설탕 대용으로 자일리톨을 쓰는 것이 좋다. 다이어트 중이거나 변비가 있다면 올리고당이 대안이다. 올리고당은 장에서 유산균의 좋은 먹이가 되며 g당 열량도 설탕의 절반 수준이다.

글 =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천연 조미료 만드는 법

■멸치 가루: 은백색을 띠고 껍질이 벗겨지지 않은 것을 고른다. 내장을 빼낸다. 달군 팬에 멸치를 노릇노릇하게 볶아 비린내를 제거한다(이때 기름은 사용하지 않음). 분쇄기로 곱게 간다(냉이전골과 잘 어울림).

■표고버섯 가루: 신선한 것을 골라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말린다. 표고버섯을 손으로 작게 자른 뒤 분쇄기로 곱게 간다(국수전골과 잘 어울림).

■다시마 가루: 두툼한 것을 고르고 표면의 염분을 잘 씻어낸다. 다시마를 석쇠에 올린 뒤 약한 불로 타지 않게 살짝 굽는다. 식힌 다시마를 분쇄기로 곱게 간다(어묵탕이나 어묵 전골과 잘 어울림).

■콩가루: 날콩을 햇볕에 바짝 말린다(비위가 맞지 않으면 살짝 삶아 말리거나 프라이팬에 볶아도 무방). 말린 콩을 분쇄기로 곱게 간다(국.나물과 잘 어울림).

■들깨 가루: 들깨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뒤 프라이팬에 볶는다. 볶은 들깨를 분쇄기로 곱게 간다(국.나물과 잘 어울림).

■오곡 가루: 같은 분량의 현미와 오곡(율무.수수.기장.통밀.검정콩.흰콩.팥.좁쌀 등)을 깨끗이 씻은 뒤 음지에서 말린다. 말린 곡식을 분쇄기로 곱게 간 뒤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황태 가루: 황태를 깨끗이 손질한 뒤 뼈.머리.껍질을 발라내고 살만 분쇄기로 곱게 간다(국물의 진한 맛을 살려준다)

자료='노년의 건강을 지켜주는 식사요법' (김평자 저, 작은 우리 출판), '바른 식생활이 나를 바꾼다' (김수현 저, 일송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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