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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누리던 동구 붉은귀족 자녀들(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평범한 시민생활 적응 안간힘/차우셰스쿠 차남은 옥살이/야루젤스키 딸 자유낙태법 지지시위 참여도
지난 40여년간의 공산통치 아래서 「붉은 귀족 사회주의」의 주요 수혜자였던 공산지도자들의 자녀들이 대부분 과거의 특권을 빼앗긴 채 평범한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공산체제 아래서 이들 「로열패밀리」들은 원하기만 하면 서방으로 호화 쇼핑여행을 갈 수 있었고 일류대학 입학의 특전을 받았다. 이들은 대학을 마친 뒤에는 정부기관이나 대학에 이름만 걸어놓은 채 일도 하지 않으면서 월급을 챙기기도 했다.
그러나 2년전 거센 민주화물결에 밀려 이들의 부모가 권좌에서 쫓겨나면서 이러한 특혜는 반민중적 공산통치의 상징이 됐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민주와 개혁의 소리가 높아지면서 이같은 특혜는 폐지됐다.
지난 81년 계엄령을 선포,자유노조를 탄압했던 보이체흐 야루젤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의 딸 모니카(27)는 지난달 바르샤바의 한 시위현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 그녀는 수백명의 여성들과 함께 자유낙태법 지지시위를 벌였다. 이는 과거 공산치하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공산 지도자의 자녀중 가장 처량한 신세가 된 것은 니 쿠 차우셰스쿠다. 지난 89년 12월 민중봉기로 25년간 루마니아를 통치해온 아버지 니콜라이 차우셰스쿠가 처형되자 「황태자」행세하던 니쿠는 체포돼 중대범죄 교사혐의로 2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중이다.
니쿠의 형 발렌틴과 누이 조에는 훨씬 행복한 경우다.
발레틴은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학업을 마치고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차우셰스쿠 일가중 가장 똑똑하다고 알려져 있는 그는 처형된 부모의 고향에 땅을 사 집을 짓기 위해 당국에 허가를 신청해 놓고 있다.
조에는 「당돌하게도」이전에 재직하던 과학기술진보연구소 소장자리를 박탈당한데 대해 당국에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고속승용차와 남자 친구들을 탐닉하던 조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녀의 부모가 설립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5년 4월 사망한 알바니아의 독재자 엔베르 호자의 자녀들은 아직도 예전의 지위·특권을 누리고 있지만 집권노동당(공산당)이 개혁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예외가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장남 소콜은 일족중 고위 공직을 맡고있는 유일한 경우다. 그는 통신부에 재직하고 있는데 이 부서는 그의 아버지초상화를 아직도 제거하지 않은 유일한 부서다.
소콜의 처 릴랴나는 알바니아 국영 ATA통신사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둘째 아들 일리아르는 중앙연구소의 소장이며 처 탄타는 알바니아 박물관장이다.
이들 호자 일가가 아직 건재한 것은 탄타가 현국가원수인 라미즈 알리아인민회의 간부회 의장의 조카이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불가리아의 독재자 토도르 지프코프의 손녀 예브게니아는 할아버지의 옛 명성을 지키려고 애쓰는 경우다. 그녀는 현재 반국가행위 혐의로 기소된 지프코프가 무장병들이 방비하는 소피아 근교의 저택에서 은둔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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