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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빴던 미 증시…숨고르기 신호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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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진정제 필요한 미국 증시=미 증시가 재채기를 하면 예외없이 세계 증시도 몸살을 앓는다. 미 증시의 덩치 때문이다. 전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미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45.2%)이다. 게다가 대다수 경제대국들이 미국의 경기와 소비자들의 씀씀이에 매달릴 만큼 글로벌 경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도 여전히 절대적이다.

그런 미 증시가 하루가 멀다 하고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 증상은 적어도 한달 반, 길게는 올 2분기 내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준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서브모기지 사태가 미국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채권 등 안전자금으로 자산을 옮길 경우 미 증시에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서브모기지 부실도 문제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미 증시가 그간 쉼없이 올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9개월간 숨이 턱에 차도록 내달려오면서 한번도 휴식(조정)다운 휴식을 하지 않아 그만큼 체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비관적으로만 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통화당국이 금리 인하 정책을 펴는 등 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 개입하면 곧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불거진 모기지론 부실이 새롭게 불거진 문제가 아닌데다 심리적인 요인도 적지 않다는 근거에서다.

미 증시의 불안 증상이 호전될지, 악화될지는 앞으로 미국 경기에 달려 있다. 전망은 엇갈리지만 '급격한 경착륙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아직은 힘을 얻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 필립 코티스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이날 "서브프라임 파동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가 올해 침체에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분간 불안 지속=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전세계 증시 불안이 글로벌 과잉 유동성 축소 과정에서 빚어지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나타난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갈 곳 잃은 뭉칫돈이 각국 증시와 부동산에 몰렸다가 최근 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 둔화 우려 등과 맞물려 다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소 권순우 수석 연구원은 "신흥주식 시장과 주택 시장 등 과열된 자산 시장은 당분간 계속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과 유럽연합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글로벌 유동성도 덩달아 줄어들 것이란 근거에서다.

중국 변수도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전세계 증시에서 중국의 비중(1.1%)은 여전히 작다. 하지만 지난달 '차이나 충격'에서 보듯 글로벌 증시를 깜짝 놀래키는 '황풍(黃風)'으로 떠올랐다. 덩치와 상관없이 무섭게 커가는 중국 경제를 배경 삼아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미-중 무역마찰 우려에 따른 긴축정책 선회 가능성으로 '제2의 중국발 충격' 가능성도 완전히 떨쳐내기 힘든 상황이다. 대우증권 이원선 연구원은 그러나 "중국 증시 과열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장기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며 "최근 제기되는 베이징올림픽 개최 이후 경제 성장 둔화 우려도 한국과 일본의 예를 보면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낙관했다.

표재용.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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