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보상금 103억원 받아 자녀에 30억 건물'몰래 증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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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세청은 송도 신도시 지역 등의 아파트 분양권을 불법 거래했거나 거액의 토지보상금을 이용해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185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14일 밝혔다. 정상곤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은 "이들에 대해 2002년 이후 모든 부동산 거래내역과 재산 변동 상황을 조사하고 분양권 불법 거래 혐의자는 향후 거래관계가 명백해질 때까지 금융 추적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국세청이 조사에 나선 주요 세금 탈루 수법들.

◆복등기=대표적인 게 분양권 전매금지 기간 때 미리 거래를 해놓고 금지 기간이 끝나는 대로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거의 동시에 등기를 하는 '복등기'다. 등기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금지 기간에 매매한 사실을 감췄다는 점은 불법이다.

예컨대 지모(62)씨는 2003년 11월 송도 신도시 68평형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지씨는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인 두 달 뒤 프리미엄 5200만원을 받고 최모(48)씨에게 팔았다. 지씨와 최씨는 분양권 불법 거래가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아파트가 준공돼 분양권전매제한이 풀리는 2005년 10월에 일단 지씨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한 뒤 일주일 뒤 다시 최씨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국세청은 이들이 '복등기'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금융내역을 분석해 세금 탈루 혐의를 찾아냈다. 국세청은 이들처럼 복등기 수법을 이용한 32명을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분양권처분금지가처분=불법으로 분양권을 산 사람이 분양권에 대한 권리를 확실히 하기 위해 쓰는 방식이다. 분양권처분금지가처분은 분양권 매입자가 매도자를 상대로 분양권을 제3자에게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원의 결정을 구하는 제도다. 국세청은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한 35명을 적발했다. 국세청은 분양권 불법 매매자가 이 방식 외에 매도자 소유인 다른 부동산에 매수자가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매도자가 매입자로부터 금전을 빌린 것처럼 위장해 공증하는 방식을 자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지보상금 활용=자영업자 김모(56)씨는 2005년 정부로부터 경기도 ○○지구 토지 수용보상금 103억원을 받았다. 김씨는 이 돈 가운데 30억원을 들여 아내(55)와 20대 자녀 2명의 명의로 서울 강남의 근린생활시설을 샀다. 국세청은 김씨의 아내와 자녀가 특별한 소득이 없는데도 거액의 상가를 산 것을 수상히 여겨 정밀 분석에 들어가 김씨의 증여세 탈루 혐의를 찾아냈다. 국세청은 이처럼 토지보상금을 받은 사람 가운데 사전 상속 등의 혐의가 있는 36명에 대해서도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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