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체들 또 출혈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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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용카드 회사들이 출혈경쟁에 나서고 있다. 연회비 등은 더 깎아 주고 카드 사용에 따른 포인트는 더 많이 얹어주는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은행계 카드사들이 먼저 '세 불리기'에 불을 지피면서 삼성.롯데 등 전업계 카드회사들도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자칫 2003년 카드사태가 재연될까 우려한 금융감독원이 뒤늦게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효과는커녕 업계.소비자의 반발만 부르고 있다.

카드사들은 "금융 당국의 과도한 규제 탓에 고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서비스도 제대로 못해 준다"며 불만이고, 고객들은 "카드사들의 서비스 경쟁을 막으면 결국 손해 보는 건 소비자들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밑져도 이익?"=카드 경쟁의 시동을 건 것은 하나은행. 하나은행은 올 2월 파격적인 조건의 '마이웨이카드'를 내놓았다. 국내 신용카드로는 처음으로 대중교통요금 할인 서비스를 제공한 데다 주유.영화관.할인점 할인 등 제휴 카드 여러 장의 서비스를 한데 합쳐 놓았다. 4월까지 가입 고객은 연회비도 평생 면제다. 한 달 만에 10만 장을 돌파하는 인기를 끌었다. 하나은행은 이런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거의 대부분 떠안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당장은 이익이 줄 수도 있겠지만 미래 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결코 손해가 아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할인 혜택 서비스만 집중적으로 따먹는 이른바 '체리 피커' 고객들이 많아 이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당장 하나은행에 "혜택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과당경쟁을 부를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혜택이 줄기 전 카드에 가입하자는 사람이 몰려드는 부작용만 낳았다.

◆늘어나는 카드 서비스=우리은행도 다음달 2일 새 카드를 내놓는다. 하나은행의 '마이웨이카드'의 대항마다. 마이웨이카드가 제공하는 대중교통 할인은 물론 주유.영화 할인 등을 기본 서비스로 제공하고, 여기에 생활.항공.골프 관련 서비스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이미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한 '포인트리카드'와 'KB스타카드'로 대대적인 고객 확보전에 뛰어든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익을 따져보니 할인점 5~7% 할인 등 경쟁사가 제공하는 조건으로는 도저히 수익성을 맞출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사용액에 따라 부가 서비스 등에서 차등을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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