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씩 드는 지구당행사/전영기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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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강남의 반도 유스호스텔은 일반 호텔보다 싸지만 사용 비용이 만만치 않다.
민자당의 김종필 최고위원은 18,19일 자신의 부여지구당 당원 5백명을 이곳에 불러 연수훈련을 시켰다.
6인실의 하루 숙박료가 5만6천원이고 이같은 방을 모두 86개 잡았다.
숙박료만 약5백만원. 한끼 식비가 평균 6천50원이니 1박2일의 네끼에 해당하는 한사람 식비는 약 2만4천원.
따라서 5백명분 식비는 1천2백만원이다.
숙박비와 식대,대형강연장사용료 60만원,당원 수송비등을 합치면 최소한 2천만원 가까운 돈이 김최고위원의 당원 단합대회에 나간 셈이다.
부여지구당 연수회는 14대 총선에서 김최고위원에게 압승을 가져다 주기 위한 당체제 정비작업과 충청권 정치지도자로서 「대권정국」에 자기 역할이 분명히 있음을 내비치기 위해 마련된 것 같다.
이날 강사로 초청된 박철언 체육청소년장관은 미묘한 시기탓인지 고감도 정치성 발언은 피했으나 김최고위원의 역할을 뒷받침하겠다는 지원약속을 했다.
이달초에도 김최고위원은 같은 장소에서 지구당의 다른 당원 5백명을 상경시켜 연수회를 열었으며 그때는 이종찬 의원을 특강연사로 초청했다.
이의원은 당시 『동서지역 감정 해소를 위해 충청·경기의 중부권이 제목소리를 찾아야 한다』면서 앞날의 정치행보에서 김최고위원과 연대할 것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김최고위원의 정치적 비중에 걸맞은 인사들이 참여했고 행사도 그만큼 무게가 있었다.
선거를 앞둔 지역구 의원으로서,또 당내 위치로 보아 김최고위원의 이같은 행사를 대수롭지 않게 넘길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름사이에 4천여만원을 들여가면서 꼭 이런 당원 연수를 연거푸 해야 하는지 의문이 간다.
문제는 이런 행사를 김최고위원만 갖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민자당 수뇌부·당직자·장관급이나 실세들은 비슷한 규모의 행사를 갖는다. 김최고위원의 것은 그런데 비하면 오히려 조촐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선거를 밥먹듯 일상생활·체질화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김최고위원이 이번 선거에서는 「돈 안드는 선거」라는 사회적 합의의 어떤 시범역할을 해보였으면 하고 기대하고픈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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